여행 이야기

휴애리의 겨울풍경

Chipmunk1 2024. 12. 22. 09:02

2024. 12. 16.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동로 256에 소재한 휴애리의 공식 명칭은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이지만, 보통은 휴애리라 불립니다.

봄에는 유채꽃, 여름엔 수국, 가을엔 핑크뮬리, 그리고 겨울엔 동백꽃이 아름다운 사랑과 휴식이 함께 한다는 휴애리에는 유채꽃과 수국과 동백에 가려진, 서향과 꽃양배추, 란타나까지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이 반겨주는 마치 지상의 낙원 같은 곳이 아닌가 싶기에, 금년에도 1월, 3월, 6월에 이어 네 번째 방문합니다.

지난달 말 내장사 관음전 앞에 피어있던 서향이 생각나서 혹시나, 초입의 연못 주변에 서향이 폈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아직 서향은 필 생각도 않는 듯, 씩씩하게 동백꽃길이 반겨주는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길 양쪽에 도열한 웅장한 동백나무에는 빨간 동백꽃이 어서 오라고  반갑게 맞아줍니다.

온실과 동백꽃 정원이 시작되는 길 끝까지 펼쳐진 여름의 아기자기한 수국꽃길이 겨울에는 멋진 동백꽃길이 되어줍니다.

처음 온실에서 수국을 봤을 때의 놀라움과 반가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으레 휴애리의 온실에는 사시사철 수국이 있다는 사실이 별로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이렇듯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수국을 일 년 내내 보살피는 누군가의 정성이 곳곳에 숨어있음에 감사 또 감사하는 심정으로 몇 바퀴 수국온실을 돌아봅니다.

수국온실을 나와 본격적인 동백꽃 축제가 한창인 동백꽃 정원의 감성에 흠뻑  빠져, 커다란 꽃송이 같은 동백나무 사이를 동백꽃과 눈맞춤하면서 걷고 또 걸으면서 때마침 파란 겨울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따스한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겨울꽃의 여왕  동백꽃과 젊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나눕니다.

적어도 제주도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휴애리의 유채꽃밭 유채꽃 개화상태가 궁금하여, 아직 유채꽃이 피지 않았을 유채꽃밭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운명처럼 반드시 지나야 하는 돼지농장 특실에는 귀여운 아기돼지 아홉 마리가 서로의 체온을 느끼려는 듯 촘촘히 붙어 서서 나그네의 발길을 잠시 머물게 합니다.

유채꽃이 만개하는 따스한 봄이 오면, 아기돼지들도 많이 자라서 우리 밖에서 운동도 하고 씩씩하게 고픈 배도 채우게 되겠지요.

돼지농장을 나와 한라산이 멋진 배경이 되어주는 유채꽃밭에는 중간중간 야자수가 멀뚱히 서 있을 뿐, 여린 유채 이파리 위에는 작은 꽃망울이 맺혀있고, 간간히 유채꽃이 피어있는 것이 어쩌면 휴애리 유채꽃밭에는 봄이 시나브로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유채꽃밭 울타리 앞에는 봄을 맞으러 나온 유채꽃이 활짝 웃고 있습니다.

유채꽃이 조금 더 핀다면, 휴애리 입구에서 검표하는 인자하게 생긴 직원분이 '유채꽃 보고 오세요'라고 언제나처럼 귀띔을 해주겠지요.

유채꽃밭을 나와 동백꽃 정원과 수국온실을 지나면 동백꽃길 반대편 방향으로 출구가 기다립니다.

여름이면 산수국이 작은 폭포사이에서 수줍게 맞아주던 그 자리에 란타나가 가득 피어 동백꽃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꽃 양배추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이른 봄부터 수국이 피는 여름까지 기쁨과 행복을 전해주려, 조금씩 홍조를 띠고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백꽃과 하귤이 섞음 섞음 휴애리를 나오는 길목에는 까만 진주 같은 맥문동 열매가 눈길을 끕니다.

어느덧 휴애리의 겨울을 한 바퀴 돌아서, 동백꽃과 수국과 하귤과 한송이 한송이 피기 시작하는 유채꽃과 란타나까지 이제는 추억의 저편으로 오롯이 옮겨 놓으면서 성급하게 봄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