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09.
마라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건 불과 120여년전 이었고, 마라도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칡넝쿨이 우거진 섬"이라는 의미로, 마라도(麽羅島), 마라도(摩蘿島), 마라도(麻羅島) 등으로 표기되고 있으며, 마라도(馬羅島)라고 표기되기도 합니다.
10만평 정도의 작은 섬에는 있을건 있고 없을건 없으니, 130 명 남짓한 섬의 인구에 비하면, 초등학교, 파출소, 보건지소 등 공공 편의시설과 성당, 교회, 사찰 등의 종교시설이 차고 넘치는 수준이지만, 취학아동이 몇년째 없어 초등학교가 휴교중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100여년전에 세워졌다는, 해발 36미터가 최고점인 마라도 최정상에 우뚝 세워진 등대가 마라도의 상징처럼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무인도 시절 울창했던 산림이 모두 불태워져 지금은 약간의 소나무숲과 풀들이 간간히 보이는 타원형의 바위섬이 마라도의 현주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도의 가을은 억새가 바람에 춤추고, 알록달록 해국이 척박한 땅을 꽃동산으로 꾸며주며,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제주 본섬의 노란 털머위가 마라도에도 해국과 함께 외로운 섬으로 비춰질 탕방객들에게 마라도의 가을을 풍성하게 선물합니다.
언제 부터인가 마라도 하면 짜장면이 먼저 연상되어, 마라도에 상륙하자마자 짜장면을 한그릇 먹어주고, 가로 오백미터 세로 천삼백미터, 한바퀴 도는데 한시간 남짓한 마라도, 섬의 최남단에 세워진 마라톤의 반환점 같은 국토최남단 표지석을 지나, 등대가 세워진 조금 경사진 길에 올라서면, 어느덧 마라도를 떠날 시간이 가까워오고, 국토순례 중이라는 공군사관학교 졸업반 생도들과 대전에서 수학여행을 왔다는 고등학생들이 탐방객들과 어우러져 잠시 마라도를 북적이게 합니다.
삼삼오오 선착장으로 향하는 탐방객들의 정담이, 바람의 섬 마라도 답지않은 순풍을 타고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작은 웅덩이에 비친 가을 하늘을 사진으로 남기고, 선착장에서 가까이 보이는 송악산, 산방산, 그리고 11km 떨어진 모슬항(운진항)과 5.5km, 마라도와 5.5km 떨어져 있는 가파도를 바라보면서, 본섬 제주로 돌아가는 정기여객선에 몸을 싣습니다.
기억하고 있는것만 여섯차례, 일물과 일출을 보기위해 하룻밤을 묵으면서 일몰은 어렴풋이나마 볼 수 있었지만, 일출을 보는것은 허락되지 않았었고, 짜장면 두그릇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던 마라도, 특별할 것도 특별한 것도 없는 척박한 땅 마라도, 기약없이 마라도를 떠나면서, 멀어질만 하면 줌인을 반복해서 마라도가 시야에서 흐릿해질 때 까지 마라도를 아련하게 바라보면서 마라도와 짧지만 긴 작별을 합니다.
아무리 줌인을 시켜도 마라도는 희미하게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 모슬포구와 마라도의 정중앙에 위치한 가파도가 정겹게 시야에 가까워지고, 송악산과 산방산이 점점 크게 시야에 들어오니, 어느덧 여객선이 모슬포의 운진항에 닻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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