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신비로운 소천지의 겨울풍경

Chipmunk1 2024. 12. 30. 05:59

2024. 12. 19.

겨울 아침해가 여덟 시 반을 향해 가는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보목포구와 섶섬 사이에서 장엄하게 떠오르고 있는 숨 막힐 듯한 퍼포먼스를 차가운 해풍이 불어오는 소천지 갯바위 위에 올라서서 목도하면서 눈 덮인 한라산 백록담 남벽이 소천지 위에 데칼코마니를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멀리 산방산 아래 화순의 금모래해변을 가리고 있는 대평포구의 박수기정이 한눈에 들어오니, 박수기정의 오른쪽 뒤편에 있는 안덕계곡이 눈에 선합니다.

오늘따라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눈 덮인 한라산 백록담 남벽을 바라보며, 사흘 전 눈이 무릎 위까지 푹푹 빠지던, 그래서 걷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윗세오름에서 남벽 가는 길을 오십여 미터 진행하다가 혹여 계곡을 내려가다 눈에 파묻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포기했던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보목포구와 섶섬을 등지고 올라선 거대한 갯바위 위에서 바람이 잠시 멈춰 바닷물이 잔잔해지면 백록담 남벽의 데칼코마니가 소천지에 그려지기를 초조하게 기다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에서 깨어난 바람이 쉼 없이 불어오고, 소천지에는 지난하게 잔잔한 파문이 이어지니, 백록담 남벽의 데칼코마니를 완전체로 보겠다는 과욕을 버리고, 조금 전 까지는 전혀 보이지 않던, 잔잔한 파문에 흔들리는 백록담 남벽의 데칼코마니를 겨우 한컷 담아내며, 작년 겨울에는 이마저도 보기 힘들었던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도 어느덧 저물어 가고, 되새기고 싶지도 않은 기억들을 모두 소천지의 겨울바다에 던져버리고, 환하게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막연하게나마 새해에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와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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