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18.

숨이 모여 쉼이 된다는 알듯 모를듯한 캐치프레이즈가 이제는 낯설지 않은 서귀포시 호근동에 소재한 숨,도(서귀포 귤림성) 정원에는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봄 내음이 가득합니다.
정원 초입의 카페 옆 작은 계곡은 초여름엔 산수국의 계곡이 되었다가, 봄에는 진달래의 계곡이 되어, 작은 폭포에서 쏟아지는 우렁찬 폭포수가 봄을 재촉합니다.

동백꽃이 만발했던 세 달 전에도 방긋 웃고 있던 진달래가 이제는 봄볕에 웅크리고 있던 꽃잎을 활짝 열고 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정원 곳곳에서 숨바꼭질하듯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진달래는 봄의 화신답게 화사한 자태로 온 정원을 분홍빛으로 문들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애처롭게 어쩌다 한송이 눈에 띄는 동백꽃정원을 지나 정원 맨 높은 곳에 위치한 폭포 앞에, 수양버들처럼 휘어지고 늘어진 가지에 옅은 겹꽃 홍매를 흐드러지게 매달고 있는 수양매화가 꽃샘추위를 데려온 강풍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때마침 몰아치는 춘설(春雪)에 한 폭의 동양화를 온전히 그려 냅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수양매화를 한컷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싶어 여러 컷을 이어 긴 영상으로 담아봅니다.

어찌나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지, 아름다운 수양매화를 선명하게 한컷 한컷 흔들림 없이 담아내는 것은 기나 긴 기다림 속에서 인내심을 키우고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바람과 바람 사이 찰나의 시간을 헤짚어 공략하는, 마치 백척간두에 서서 나라를 구하는 장수의 비장한 심정이라고나 할까요!ㅎㅎㅎ

마치 만첩홍도를 연상시키는 수양매화의 과도하게 짙지도 부족하게 옅지도 않은 우아한 색조와 화사하게 암술과 수술을 감싸는 겹꽃잎이 정원의 봄을 한 차원 높여주는 범접하기 힘든 품격 있는 귀부인의 자태로, 강풍과 눈발에도 거의 흐트러짐 없이 단아한 모습으로 기품 있게 봄나들이합니다.
진달래 시녀들의 호위를 받고 있는 듯한, 우아한 왕비와도 같은 수양매화가 있어, 숨이 모여 쉼이 된다는 정원 숨,도를 조금 깊게 이해하게 되고, 수양매화와 진달래가 있는 서귀포 귤림성의 봄은 초여름의 수국정원이나 겨울의 동백꽃정원에 못지않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오래도록 뇌리 속에 담아 두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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