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85

충북 제천 배론성지의 봄

2022. 05. 05. 배론성지에서 만났던 봄은 공기마저도 달콤하고 아늑했습니다. 더욱이 마스크 없이 걷던 산책로의 초록 내음과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체취가 느껴지는 짙은 모란 향기에 흠뻑 취해도 보고 이제는 희미해진, 어머니와 함께했던 어린이날의 기억 조각들을 하나둘씩 맞춰보는 어린이날이기도 했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조카사위인 황사영의 묘소도 황사영의 아내 정난주마리아의 묘소도 황사영과 정난주마리아의 아들인 황경한의 묘소도 배론성지에는 없지만,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젊은 황사영은 신유박해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제천 배론의 옹기 굽는 토굴에서 백서를 작성하다 발각되어 젊은 나이에 서대문 밖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살이 저며지고 사지가 잘리고, 끝내는 머리를 잘려 효수당하는 참혹한 능지처참형에 처해져 ..

봄 이야기 2023.02.05

오색별빛정원에서 빛과 희망이 조우하다

2022. 03. 08. 어둠이 밀려오는 축령산 자락에 별빛이 쏟아지고 달빛이 내리니 희망이 슬그머니 머리를 내민다 무심코 서너차례 갔던길 또가고 캄캄한 산자락은 이십리 오솔길 빵하나 커피한잔 허기만 채운채 넋놓고 빛의향연 온몸에 담는다 빛하나 희망하나 병마를 이기고 빛두울 희망두울 화마를 이기고 멀티빛 멀티희망 전쟁을 멈추고 현명한 선택으로 새희망 품기를

봄 이야기 2022.12.08

서산 유기방가옥 수선화

2021. 04. 06.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에 소재한 유기방가옥은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순수 한옥으로, 지난 2005년 10월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될 정도로 어려운 시절 우리민족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몇편의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부터 부지불식간에 수선화의 성지가 되어있네요. 입장시간은 오전 6시 부터 오후 6시라서, 부랴부랴 새벽 4시 50분쯤에 출발해서, 국도인 서해로를 타고 쉬지않고 방조제 몇개를 지나, 오전 7시쯤 도착했는 데도 불구하고, 무료로 운영되는 주차장에는 벌써 차량이 서너대 주차되어 있었고, 오천원하는 입장료 가 비싸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않을 정도로 충만한 힐링과 위안의 시간들이 나를 기다립니다. 야트막한 뒷산에 정성스럽게 가꾸어놓은 수선화와 한옥의 전통을 ..

봄 이야기 2022.10.22

봄이 오는 길목은 어디일까?

봄은 어디에서 오는걸까요? 남쪽에서 오는걸까요? 어디쯤 와 있을까요? 남한강이 도도하게 흐르는 여주 신륵사로 달려갔습니다. 경내에서는 공사가 한창이라 혹시, '홍매화 한송이라도 볼수 있을까'했던 기대는 무참히 깨어지고 사진 몇장 급히 담아 들고 강변 산책로 따라 입장권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영릉(英陵) 영릉(寧陵)에 들렀으나 역시나 봄꽃의 작은 자취 하나도 발견 못하고 사진만 몇장 담고 혹시나하는 마음에 이천 산수유마을로 달렸습니다. 말라비틀어진 산수유열매 아직도 빠알간 산수유열매 앙상한 줄기만 남아있는 산수유 노란꽃은 고사하고 막 움트기 시작한 여린 꽃봉오리 조차 보이지않았습니다. 아직 봄꽃과 동행하는 봄은 더 남쪽에 머물고 있나봅니다. 봄꽃과 함께오는 봄을 만나러 더 ..

봄 이야기 2022.03.04

시나브로 봄이 왔다

베란다 화분에도 아파트 산책로에도 두물머리 다산길에도 정평천변에도 어느새 봄이 와있다 몇일간 황사 핑계로 두문분출하다 조금 깨끗해진 세상에 나오니 그새 봄이 시나브로 와있다 세상이 온통 파릇파릇 하얗고 불긋한 노오란 꽃들로 빈틈이 없다 바람도 산들산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산뜻한 봄의 기운이 기분좋은 금요일에 나를 봄 속으로 퐁당 빠트려버렸다

봄 이야기 2021.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