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서산 유기방가옥 수선화

Chipmunk1 2022. 10. 22. 08:07

2021. 04. 06.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에 소재한 유기방가옥은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순수 한옥으로, 지난 2005년 10월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될 정도로 어려운 시절 우리민족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몇편의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부터 부지불식간에 수선화의 성지가 되어있네요.

입장시간은 오전 6시 부터 오후 6시라서, 부랴부랴 새벽 4시 50분쯤에 출발해서, 국도인 서해로를 타고 쉬지않고 방조제 몇개를 지나, 오전 7시쯤 도착했는 데도 불구하고, 무료로 운영되는 주차장에는 벌써 차량이 서너대 주차되어 있었고, 오천원하는 입장료 가 비싸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않을 정도로 충만한 힐링과 위안의 시간들이 나를 기다립니다.

야트막한 뒷산에 정성스럽게 가꾸어놓은 수선화와 한옥의 전통을 고스란히 담아 외지인들에게 아낌없이 개방한 유기방가옥은, 세파에 심신이 찌들대로 찌들어 버린 현대인들에게는 분명 색 다른 마음의 쉼터가 되기에 안성마춤인 듯 합니다.

정감 넘치는 산등성이 위에 있는 수선화는 개화를 막 시작했거나, 개화 준비중이기에, 여유롭게 4월 내내 수선화를 만날 수 있을 듯 합니다.

수선화 천국으로 들어갈때쯤,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었는데, 코로나19로 한산하리라 생각했던 평일 방문객들의 행렬은 오전 9시가 막 넘은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넓은 주차장 에 자동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길 위에 까지 자동차 들이 빈틈없이 서 있으니, 지금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중해연안이 원산지인 수선화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나르시스(나르키소스)가 제 모습에 반하여 죽어 꽃이 되었다고 하는 마치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만든 여인의 조각상을 간절히 사랑하여 꿈을 이룬것 처럼 나르시스도 얼마나 자신의 모습이 사랑스러웠으면 꽃으로 환생하게되었을까요? 물론 나르시스 이야기나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그냥 신화라고 치부해 버릴수도 있겠지만, 삶 속에서 실제 아름다운 상상과 간절함이 기적같이 이루어진 짜릿한 경험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일부 공감가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것은 봄에 꽃망울을 터뜨리 위해 겨우내내 준비하는 수선화의 고결한 자존심과 신비롭기 조차 한 선한 소망이, 마음속에서 오롯이 싹 틀수 있도록 맑고 순수한 토양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혼자 서 있으면 금방 고개가 꺾일듯이 불안한 수선화가 무리들과 함께 해맑은 얼굴로 봄노래를 부르듯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부드러운 봄바람에 리듬을 타면서, 서로 의지가 되어 근심 걱정없는 세상에서 수선화 같은 노오란 카펫위에 편안하게 눕는 일장춘몽 같은 삶을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