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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화가 흐드러진 봄 풍경

2025. 03. 17.꽃샘추위에 아랑곳없이 꽃대궐 긴 터널을 만든 휴애리의 동백나무숲길 아래 설산 한라를 사모하 듯, 눈 덮인 백록담 남벽을 향해 춤을 추듯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고운 여인의 자태를 하고 촘촘하게 서있는 홍매화가 휴애리의 봄을 견인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주인공이 되어 있습니다.마치 절정을 막 지나고 있는 듯, 풍성한 꽃을 그대로 달고 있는 동백나무 아래, 동백꽃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듯 가녀린 팔을 올려 뻗었다 때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추는 무희의 춤사위처럼 홍매화는 저절로 흥을 돋우고 화려한 휴애리의 봄은 무르익어갑니다.코끝을 스치는 홍매화의 단아한 향기는 짙은 서향 향기와 더불어 휴애리의 봄을 향기 속에 한껏 가두고 있습니다.멀리서 보기엔 진분홍의 꽃이 하나처럼..

제주도 이야기 2025.03.25

소천지의 해질녘, 해넘이

2025. 03. 17.작은 천지(小天池)가 있는 서귀포 보목동 바다는 꽃샘추위의 원흉이 된 강풍으로 말미암아 설산 한라의 데칼코마니마저도 잔잔한 파문으로 보일 듯 말 듯 삼켜버리고, 나그네는 강풍에 몸을 맡긴 채로 윤슬이 점점 짙어지는 소천지에서 한 시간여 무료하게 해넘이를 기다립니다.강풍의 도움인지, 구름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하늘은 푸르름이 가을 못지않고,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듯이 먹구름의 훼방 없이 오랜만에 완벽한 해넘이를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높이면서 소천지에서 구름이 완전히 벗겨져 선명하게 바라보이는 설산 한라의 백록담 남벽이 오늘따라 오묘하게 눈에 들어옵니다.피그말리온의 간절함이 돌을 깎아 만든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었듯이, 새봄을 기다리는 간절함에 응답하기 위해, 하늘이 봄..

제주도 이야기 2025.03.24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서 서향(瑞香)의 향기에 취하다

2025. 03. 17.서향(瑞香)의 학명은 Daphne라는 속명과 Odora라는 종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바, 속명인 Daphne는 그리스의 여신 이름에서 비롯되었으며, 종명인 odora는 이탈리아어로 '향기가 난다'는 뜻인데, 향기가 매우 강해 천리를 간다 하여 천리향이라 부르기도 합니다.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에서는 월동이 가능해서 정원수로 한몫을 단단히 하지만, 중부 이북지역에서는 온실이나 실내에서나 만나 볼 수 있는, 제주에서는 3월 그 이외 지역에서는 4월쯤 개화하는 봄꽃 중에서 으뜸가는 향기로운 봄꽃 중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서향을 처음 본 곳은 경기도 가평 축령산 자락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의 온실이었는데, 어찌나 커다랗게 잘 키웠는지, 여태껏 그렇게 큰 서향나무는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기..

제주도 이야기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