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530

백양사의 가을과 겨울 사이

2024. 11. 26.동장군을 부르는 차가운 비가 밤새 내리다 그치고, 한 시간여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백학봉 아래 백양사를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백양사는 시나브로 만추(晩秋)와 겨울 사이에 놓여있습니다.쌍계루 위아래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일 듯 말 듯, 짧았지만 화려했던 가을이 시나브로 떠나가고 있습니다.쌍계루를 지나 약수천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아직도 가을의 감성이 묻어있지만, 시나브로 가을의 소슬바람이 겨울의 삭풍에 밀려나듯이, 단풍 든 나뭇잎이 비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길 위에 떨어져 쌓입니다.잠시 파란 하늘이 반짝 나타난 약수천 일광정 앞 작은 호수에는 노란 은행잎도 사라지고, 빨간 애기단풍도 검붉은 색으로 변색된 채로 백학봉과 구름 낀 파란 하늘과 함께 호수 속으로 ..

여행 이야기 2024.12.02

김제 모악산 마실길의 단풍

2024. 11. 20.천년 고찰 금산사가 있는 모악산은 전주와 김제와 완주에 걸쳐 있는데, 행정구역상 김제에 속하는 금산사 오른쪽 구비길을 김제 모악산 마실길이라 부릅니다.5년 전 처음 목도한 김제 모애산 마실길의 단풍은 여태껏 보아온 어떤 단풍 보다도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뇌리에 깊게 각인되어 있습니다.예년에 비해 한 주정도 늦었다 싶은 생각에 열이틀 전 왔을 때는, 아쉽게도 단풍이 50% 정도 물들었었기에, 예년에 비해 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일주일 정도 늦는 듯싶어 다시 찾은 모악산 마실길은 마침내 황홀한 단풍으로 도배되어 있었습니다.모악산 마실길 오른쪽 넓은 계곡도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이 절정에 올랐음을 한눈에 보여줍니다.단풍길과 계곡 사이에 떨어져 촘촘히 쌓여있는 곱게 알록달록하고 푹신한 카펫 ..

여행 이야기 2024.12.01

내장사의 만추와 서향(瑞香)

2024. 11. 21.단풍으로 붉게 물든 내장산 서래봉 아래 화마가 앗아간 대웅전의 신축 공사도 원만하게 진행 중인 듯싶은 만추의 내장사는 수수한 가을의 완숙미가 돋보입니다. 이른 봄부터 백일 가까이 향기가 진동하는 대웅전 공사 가림막 오른쪽 관음전 앞의 야트막한 서향나무에서 천리향(千里香)이라 불릴 정도로 향이 짙은 서향(瑞香) 꽃이 대웅전의 신축공사 진척상황이 궁금해서인지, 아니면 혼탁한 사바세계에 희망을 전해주려는 것인지 대여섯 송이 살포시 피어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왕문을 나와 부도전 앞에서 시작되어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내장사 가을의 상징과도 같은 단풍터널도 단풍잎이 떨어져 수북이 쌓이고, 얼마 남지 않은 단풍잎이 가을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내장사의 만추는 자못 절정에 도달해 있습..

여행 이야기 202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