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14(수)
실로 오랜만에 영화를 본다. 3월초 "로건"을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못왔다.
날씨는 꾸물꾸물 거리다가 천변 산책로를 나서자 반짝 들었다. 광교산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는 계곡물들이 이곳 시내를 지나 탄천에서 합류해서 양재천에서 내려온 물들과 잠실에서 조우한다.
오랜 가뭄으로 곳곳이 바닥을 들어내고 그 사이사이로 잡풀들만 무성하고, 오리들은 삼삼오오 먹이를 찾고, 백노인지 왜가리 인지는 이따금씩 개울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면서 화려하게 비행을 한다.
산책로 비탈에는 형형색색의 접시꽃이 긴 자태를 뽑내고, 서양톱풀꽃은 은은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화려한 인디언국화가 곳곳에 진을 치고 변방에는 금계국이 만개하여 반긴다.
톰크루즈에 대한 향수에 젖어 볼 심산으로 영화의 장르를 불문하고 선택한 "미이라"는 이웃집 아저씨 처럼 두리뭉실한 흔한 얼굴로 편하게 돌아온 톰크루즈와 조각같이 날렵한 "어 퓨 굿맨"의 톰크루즈가 겹쳐보이며 5천년을 왔다갔다하는 스토리전개가 전광석화와 같았고 신비스런 황금빛 이집트의 사막과 추락하는 비행기에서의 숨막히는 탈출을 박진감 넘치게 연출한 스펙타클한 대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하게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개월수로는나와 일곱달 차이인 톰크루즈에게 너무 많은걸 기대한 걸까? 이제는 톰크루즈도 나도 세월의 뒤안길에서 젊음을 흘긋 훔쳐보며 쓴 웃음짓는 그런 나이가 된것 같다.
"죽음은 새로운 탄생의 통로"라는 이집트의 부활의 기도로 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파라오가 되기위해 악과 결탁해 아버지와 계모와 왕위계승권자인 핏덩이 이복남동생 까지도 처참히 살해한 아마네트(소피아 부텔라)는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산채로 미이라가 되어 목관에 갇혀 5천년을 어둠의 지하에 갇혀 있다가, 이라크에 파병되어 반군을 토벌하던 정찰대 미군상사 닉(톰크루즈)에 의해 다시금 세상에 나와 닉을 악령으로 조종하여 뜻을 이루려 했으나, 닉의 사랑하는 아름다운 고고학자 제니퍼(에나벨 월리스)가 목숨을 걸고, 비행기 사고때 낙하산을 양보하여 자신을 구해준 닉에 대한 믿음과 닉은 절대로 악령과 결탁하지 않으리란 확신으로 이 세상을 아마네트로 부터 구원하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을 밀도있게 그려냈다.
결국, 선과 악은 인간의 내면에 항상 같이 존재하면서, 매 선택의 순간마다 고뇌속에서, 둘중의 하나를 그때그때 마다 꺼집어 내는것이 아닌가 싶다. 그 선택의 순간에 배려와 사랑과 믿음이 듬뿍 양념되어 함께 나온다면 세상은 참 살만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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