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어린이날 아침 나의 단상(斷想)

Chipmunk1 2019. 5. 5. 08:02

 

어김없이 돌아온 어린이날!

 

언제 어린이 인적이 있었나 싶다.

 

원래 부터 어른이었었는지 어린이 시절의 기억들이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맞았던 어린이날도 그냥 단순히 그동안 밀렸던 선물을 주는 날 정도로 치부되어 왔던 것 같다.

 

나도 여느 어린이들 처럼, 어린이 날에 받고 싶은 선물은 있었지만, 선물 받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하루 하루 먹고 살기 빠듯했던 부모님을 보고 자란 어린시절의 기억속에 어린이날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날아라 새들아~~"로 시작되는 어린이날 노래를 목이 터져라 음악 시간에 불렀던 기억만이 여전하고 지금도 그 노랫소리가 귓전에 아련하게 들려온다.

 

오랜만에 모인 후배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초등학교 4학년 늦둥이 딸을 가진 막내 후배가 친구집에 파자마 파티에 간 딸을, 아마도 이른 새벽에 데릴러 가야할것 같다는 말에 공감이 되지 않는 그저 다른 나라 이야기 처럼 들려왔다. 딸이 없으니 더욱 더 그렇게 느껴졌지도 모르겠다.

 

나의 어린시절 어린이날 기억이 없는 것은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없었고,

그나마도 공휴일로 지정되었던 중학교 2학년(1975년) 시절 부터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라는 어른들의 편리한 판단에 의해 일찍 어린이에서 조기 졸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가죽으로 된 축구공은 지금 까지도 가져 본적이 없었고, 지금은 몇십개의 FIFA에서 공인된 축구공을 살수도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갖고 싶은 마음이 없다.

 

누구에게나 그때 그때 마다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다.

그러나, 만일 그걸 뒤로 미루게 되면, 그걸로 영원히 그만이기가 쉽상이다.

 

그때 그때 하고 싶은거~~

그때 그때 갖고 싶은거~~

그때 그때 가고 싶은곳을 이런 저런 그럴듯한 핑계로 뒤로 미루고

보고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지 않는다면,

또 그렇게 잊고 살아지는 것이 인생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나를 통제하고 인내하면서 살아온 나의 지난 삶들이, 가끔씩은 빈 껍데기 같다는 공허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더 이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조급함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어쩔수 없이 나이듦에 속절없는, 그저 어린이날 아침의 씁쓸한 푸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