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한양도성 순성길의 남산성곽에서 가을과 어우러지다

Chipmunk1 2017. 10. 18. 21:03

 

  약 18.6km에 이르는 한양도성중 남산에 걸쳐진 약 5km의 남산성곽에서 가을의 추억을 만났다.

  가을 태풍의 영향으로 동해안 뿐만 아니라 남산에도 병아리 오줌만큼 빗 방울이 비추다 말다하기를 걷는 내내 반복했다. 멋진 경치를 위해서는 화창한 날씨도 좋겠지만, 남산둘레길과는 달리 성곽길은 햇볕을 피하기가 쉽지않기에 해가 나지 않는 구름낀 날씨도 나름 괜찮았다.

  국립극장을 왼쪽으로 바라보며 남산의 남쪽순환도로를 150여 미터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가파를 대로 가파른 남산성곽이 위용을 자랑하듯 자리하고 있다. 숨이 한차례 깔딱거릴 즈음 제2롯데월드와 무관하게 여전히 서울의 랜드마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남산타워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타워와 팔각정으로 오르는 성곽길 초입에는 갈대가 듬성듬성 가을을 알려주고 있었다.

 

 

 

  팔각정 왼쪽의 전망대는 국적을 초월한 연인들의 사랑의 자물쇠와 애뜻한 사랑의 밀어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고, 전망대 아래 왼쪽에는 마치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에 사랑의 자물쇠와 사랑의 밀어들로 가득해, 남산은 국제적인 연인들의 사랑의 명산이 되어 가고 있는듯 했다.

  남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강 넘어 남쪽으로는 관악산이 흐린 날씨에도 뚜렷하게 다가왔고, 북쪽으로는 북악산과 도봉산, 인왕산이 궁궐을 에워싸고 500년 조선왕조의 역사를 지금도 지탱하고 있는듯 병풍처럼 듬직하게 서 있었다. 잠실의 랜드마크로 우뚝선 제2롯데월드는 전망대의 곳곳에서 목격되었고, 80년대 부터 20여년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았던 여의도의 랜드마크 63빌딩과 63빌딩이 올라가기 전까지는 서울 도심의 랜드마크였던 31빌딩은, 이제는 다른 빌딩들의 숲에 가려져 아무리 찾아보려 애를 썼지만 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남산타워를 뒤로하고 한참을 내려오니, 학생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샘솟는 옛 남산도서관이 반가히 맞아주었다. 40여년의 세월을 단번에 뛰어 넘어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갔다 왔다.

 

 


  아직은 단풍이 절정은 아니였지만, 공원 주변의 갈대와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한 나무와 열매들이 가을로의 성곽여행을 반겨주었다.

  막바지 남산성곽길을 내려오는 아쉬움에 빗방울이 조금 굵어 질 무렵 잘 정돈된 숭례문이 눈에 들어왔고, 숭례문옆 분식집에 들어가 라볶기와 김밥으로, 짧았지만 추억이 길었던 한양도성 순성길 중 남산성곽의 가을여행 뒤풀이를 풍성하게 만들수 있었다. 비록 알콜은 없었지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