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창덕궁, 그리고 창덕궁 후원의 가을 맞이

Chipmunk1 2017. 10. 20. 23:33

 

  가을이 점점 깊어가느라, 하늘엔 구름 한점 찾기가 쉽지않은 기분 좋은 시월 중순의 마지막날 아침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빼어날 뿐만아니라, 원형이 잘 보존된 조선왕조 역대 왕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창덕궁을 찾았다.
  창덕궁에 들어서자마자 웅장한 인정문이 인정전을 지키고 있었다. 문무백관들이 도열했던 인정전 앞뜰을 거침없이 거닐다 독특하게 청기와를 입힌 왕의 집무실 격인 선정전을 돌아 왕비의 처소인 대조전 까지 촘촘하게 돌아 보았다.

 

 

  헌종의 애뜻한 사랑이 담겼다는 낙선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가 고단했던 일본에서의 생활을 마감하고, 병든 심신을 의지했던 곳이기도 한, 왠지 모를 가슴 아픈 그곳이 지금은 정원 8명으로 제한된 관람객을 위한 전시실이 되어, 영문 모르고 긴 줄을 선 이방인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있는듯 싶어, 씁쓸한 맘을 뒤로하고 황급히 낙선제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감이 익을 대로 농익어 땅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한 낙선제 담장앞 감나무를 지나 일제에 의해 창경원이 되어 버렸던 창경궁과 더불어 비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조선왕조의 품위를 손상시키려한 창덕궁 후원으로 건너갔다.

 

 

 

  창덕궁 후원은 창덕궁 전체 면적의 6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말 그대로 깊고 깊은 구중궁궐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4개의 연못을 끼고 조성된 세계적으로도 빼어난 아름다운 정원으로, 창경궁의 후원으로도 같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요즈음 새로운 주거 형태로 각광을 받고 있는 타운하우스의 공동정원이 창덕궁과 창경궁의 공동정원인 창덕궁 후원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다.
  부용지를 시작으로 애련지, 관람지, 그리고 존덕지등 네개의 연못과 정원을 지나서, 살짝 솟은 언덕을 지나 예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니, 왕이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맑은 잔물결이 흐르는 곳에 세운 정자라는 의미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청의정(淸漪亭)을 둘러싸고 있는 벼는, 언제 심었는지 마치 초여름의 벼와 같이 싱그러웠고, 맑은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창덕궁 후원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청의정 주변 감상을 끝으로, 서울 도심의 깊고 깊은 숲속 창덕궁과 그 후원에서 가을을 만났다.  

  물론, 창덕궁의 단풍은 2주 후에나 절정을 이룬다하니, 오늘의 창덕궁 가을 맞이는, 아쉽게도 설익은 단풍이 옥의 티로 남게 되었다.

  열정적으로 세시간 가까이 궁궐과 왕의 정원에 넋을 놓고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나니, 갑자기 시장기가 느껴져서 인근에 소문난 만두집을 찾아 나섰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해 보이는 조랑이떡만두국을 주문했다.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고 건강한 음식이라고 자부하는 글귀가 벽에 붙어 있어, 살짝 미소를 짓고 기다리다 한입 가득 만두를 입에 물었는데, 싱싱한 알새우가 한입 가득 들어왔다. 미처 씹어 삼키기도 전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말 특이했고 새롭고 맛이 있었다. 물론, 쫄깃 쫄깃한 식감의 조랑이떡도 예사롭지 않았다.

   점심식사후 사십여년만에 대한극장에 들러 영화 한편을 보았다.
티베트 지역의 승려들의 환생을 소재로 다룬 다큐 "다시 태서나도 우리"였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것인가?"라는 숙제를 안고 긴 하루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