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가뭄이 심하던 6월에 걸음 걸음마다 흙먼지가 날리던 산책로가 오늘은 얌전한 가을비가 최상의 컨디션을 견인해 주었다.
집을 나서자마자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출발 전에 비가 왔다면, 비오는 길 걷기 싫어하기에 외출을 포기했을 텐데, 운명이라 생각하고 콧노래 부르면서, 때마침 흘러나오는 ’She’s gone’을 흥얼 거리며, 수원버스터미널을 지나 오래지 않아 융건릉 무료 공용주차장에 ’You mean everything to me’을 끝 곡으로 들으면서 도착했다.
잘 정비된 주차장이 시작 부터 기분을 좋게했다. 지난번 공사장 한켠에 진흙이 말라 비틀어져 먼지가 풀풀 날려, 시작 부터 인상을 찡그렸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어쩔수 없이 한없이 간사한 인간의 속성을 지닌 내 자신을 생각하니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비 예보가 없었기에, 견학 온듯한 유치원 아이들이 서둘러서 버스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제실을 지나 매표소에서 입장권(₩2,000)을 구입해서 세계문화유산 표지석을 지나 수려한 금강송의 사열을 받으며 보무도 당당하게 산책로로 직진해서 정조대왕을 모신 건릉을 왼쪽으로 남기고, 장조로 추서되신 사도세자를 모신 융릉을 끼고 돌았다.
건릉의 산책로에 비해 융릉의 산책로는 쭉쭉 뻗은 금강송이 빽빽하게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아직 이곳은 이른 가을이라서 나뭇잎을 보고 가을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었으나, 곳곳에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고 있는 나뭇잎들과 풀잎들이 제법 눈에 띄였다. 하기사, 금강송이야 사철 푸르르니 우물에서 숭늉찾는 내 자신이 조금은 머쓱해졌다.ㅋㅋ
융릉 산책길을 내려와 융릉을 둘러보고, 언제나 먼 발치에서만 바라보는 융릉을 뒤로하고, 건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 나오는 융릉 앞뜰에는 다람쥐들의 소중한 식량들이 여기저기 넉넉하게 널려 있었다. 지난 연휴때 대명비발디파크에 있던 다람쥐 통로가 생각났다. 너른 자연을 맘껏 활보하며 맛있게 도토리를 주어 먹고 유유히 갈길을 가는 이곳의 다람쥐들이 정말 다람쥐답게 사는 다람쥐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릉 산책로는 융릉과는 달리 금강송이 아닌 평범한 토종재래종 소나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들인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를 돋보이게 하려고 차이를 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정조의 효심은 아닌지......
융릉에 비해 조금 높아 보이는 건릉은 아래서 올려다 보기가 수월하지가 않다. 모르긴 몰라도 죽어서도 아버지의 무덤을 지켜보려는 정조대왕의 효심이 그리 만들지 않았나 싶다.
지난번에 발견했던 건릉 안내문 두번째 줄의 ~효의황후~ 라는 잘못 씌여진 글씨가 또 눈에 거슬렸다. 지난번에도 관계자 되는 분을 만나 설명을 드렸고, 고쳐 놓겠다고 다짐을 받았는데, 여전히 그대로다. 문맥상, 그리고 시간의 흐름상 ’효의황후’는 ’효의왕후’가 되어야 한다고 나오는 길에 해설사 사무실에 들러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했고, 담당자가 잘못을 시인하고 수정하겠노라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미안해 했다. 언제 고쳐질지 고쳐질때 까지 잊지 않고 계속 지적하리라 마음 먹고 알맞게 내리는 가을비를 뒤로 하고 정문을 나서서 제실을 지났다.
융건릉(隆健陵) 2017. 6. 20(화) 날씨가 꾸물꾸물해서 망설이다 보니, 몸도 찌뿌둥해오고 마음도 쳐지고, 거실 소파에 널부러져 있다가 오후도 한참 지난 시간에 부랴부랴 길을 나섰다. 융건릉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것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음 blo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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