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추억 속의 격포와 채석강

Chipmunk1 2024. 8. 15. 04:13

2024. 08. 01.

초등학교 오 학년 여름방학에 혼자서 동대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정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부안의 줄포에서 천주교 공소회장을 맡으셨던 외할아버지 댁으로 가기 위해 두 번의 시외버스를 더 갈아타야 했다. 옆구리에는 초코파이 한 상자 버겁게 끼고......

아마도, 나그네는 그때부터 역마살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외삼촌 손을 잡고 해수욕하러 간다고, 격포에 와서 채석강 돌틈에 옷을 숨겨놓고 지금의 격포해수욕장에서 개헤엄 치던 기억이 색 바랜 흑백사진처럼 아스라이 스쳐 지나간다.

그때의 기억으로 채석강은 해수욕할 때 탈의한 옷 숨겨놓기에 안성맞춤인 떡시루 같이 생긴 편리한 바위돌이라고만 생각했다.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술을 마시며 놀았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흡사하다고 하여 채석강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도 한참 후에 알았고, 기념물로 지정되었던 것도 초등학교 졸업 후 한참 지난 뒤였고, 명승지로 지정된 것은 불과 20년 전이니, 나그네가 처음 왔었던 채석강은 지금의 채석강보다는 덜 다듬어졌을 뿐만 아니라, 기념촬영하느라  바위틈에 위태롭게 올라서서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으니, 가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물론, 그 뒤로도 셀 수 없이 많이 왔던 격포와 채석강이지만, 반백년이 훨씬 지난 그 시절이 있었기에 오늘 그 추억의 담장 위에 한 장 더 벽돌을 쌓아 올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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