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6.
1980년 여름, 지금 절찬리에 상영 중인 서울의 봄 배경이 되었던 그 봄에 열심히 따라다녔던 민주화의 봄을 뒤로하고, 큰맘 먹고 출발했던 10박 11일의 여름 여행 첫 기착지가 바로 희방사였었고, 청량리역에서 출발해서 희방사역에 내려 비를 맞으며 산비탈을 걸어서 희방사폭포 위 희방사 입구에서 빗소리에 계곡물이 넘칠까 노심초사 밤새 잠 못 이뤘던 생생한 기억을 안고, 이제는 폐역이 된 희방사역 대신 자동차로 쉽사리 희방폭포 앞까지 올라가니, 그 시절 비를 맞으며 땀 뻘뻘 흘리면서 걸어 올라가고 있는데, 택시를 타고 희방사로 올라가던 스님을 보면서 수행을 하는 스님은 편히 올라가고, 쉬러 온 여행객은 힘겹게 오르는 것이 꽤나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던 철없던 그 시절을 되돌아보며, 이제는 스님도 일종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니 어렵잖게 이해가 됩니다.
희방폭포는 여전히 힘자게 쏟아지는데, 어느새 조금씩 얼음이 폭포를 에워쌀 기세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희방폭포에서 불과 200미터 위에 위치한 희방사는 비록, 창건한 지는 1,400년이 가까워 오지만, 대부분 불사들은 1950년 이후에 건립되었을 정도로,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겪었던 크고 작은 전쟁등으로 인해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한 지 70년 가까이 된 대웅전과 주변은 보수공사로 분주합니다.
모쪼록, 무탈하게 천년만년 잘 유지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잠시 머물던 희방사를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 위에서 희방폭포를 내려다보면서, 사십여 년 전 몸무게에 버금가는 무거운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 걷던 젊음이 부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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