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 11.
장마 중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십 대 정원으로 선정된 바 있는 봉정사의 영산암이 작년 이래로 개보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금년 봄부터는 봉정사의 상징과도 같은 만세루가 변신을 위해 새롭게 변신 중입니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재 탄생될지 궁금하니 언제부턴가, 안동에 갈 때면 큰 기대 없이 습관처럼 들르게 되는 봉정사에도 어느덧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만세루가 공사 중으로 막혀 있어, 만세루 오른쪽 영산암 가는 길로 들어서니, 길 아래 백일홍이 활짝 웃고 있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안동댐 오른쪽 문화관광단지에 백일홍이 장관을 이뤘었는데, 금년에는 백일홍이 있던 자리가 썰렁해서 아쉬웠건만, 이렇게 생각지도 않게 봉정사에서 백일홍을 만나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길가에 핀 여느 백일홍과는 사뭇 다른 색감과 활짝 핀 정도가 나그네의 발길을 길 아래로 저절로 옮겨가게 합니다.
봉정사에서의 여름을 백일홍과 함께할 수 있음에 잔잔한 미소와 작은 행복이 밀려옵니다.
지난봄에 담장 아래는 물론이고 대웅전 옆에 촘촘히 심겼던 불란서 금잔화(French Marigold)라고도 불리는 만수국(萬壽菊)이 만개해서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꽃말에 정말 잘 어울리게, 비록 멕시코가 원산지인 유럽종 메리골드이긴 하지만, 산사를 찾는 이들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싶은 부처의 뜻이 녹아있지 않나 생각하니 저절로 행복해지는 듯합니다.
백일홍과 만수국뿐만 아니라, 봉선화가 다양한 색으로 극락전 앞 삼층석탑과 고금당 주변에 수줍은 듯 살포시 피어있고, 정겨운 여름 들꽃들이 여름의 산사를 아름답게 꾸며주는 봉정사의 여름은 무르익어 갑니다.
머잖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 올 만세루와 영산암을 떠올리며 아쉬운 발길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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