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6. 14.
언제 달려가도 포근하게 품어주는 사려니숲길에서 지난 1월 초순에는 눈길 트레킹을 했었고, 지난 3월 하순에는 빗길 트레킹을 했었지요.
그래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흐리거나 화창해도 언제나 변함없이 반겨주는 사려니숲길이 늘 그립습니다.
지난 1월에는 눈꽃이 피어있었고, 지난 3월에는 복수초가 피어있었던 사려니숲길의 유월은 어떤 꽃이 피어있을까요?
입구부터 파란 산수국이 진입로 양편에 도열해서 나그네를 반겨 줍니다. 유월말 칠월초에 만개해서 절정을 이룬다는 산수국이 아직은 사려니숲길을 파랗게 물들이지는 못했지만, 듬성듬성 피어있는 산수국이 여름의 시작을 귀띔해 주는 듯싶습니다.
매혹적인 향기가 중간중간 진하게 코를 자극할 때마다 숲 속으로 눈길을 돌리면 여지없이 인동덩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동네 산책길에서 맡던 향기와 같은 향기를 사려니숲길에서 맡다가, 두고 온 동네 산책길의 인동덩굴을 떠올리며 잠시 미소를 지어봅니다.
여전히 붉은 화산재길 양쪽으로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삼나무 군락을 지나 물찻오름에 가까이 갈수록 거대한 산딸나무가 꽃을 받들고 서 있는 모습이 거룩해 보이는 것은 아마도 산딸나무에 얽힌 사연이 숨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렇듯, 사계절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사려니숲길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철 변함없는 것도 있으니, 그중 하나는 사려니숲길을 가득 채운 삼나무요 다른 하나는 까마귀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오솔길의 삼나무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재잘거리는 새들 또한 사려니숲길을 일 년 내내 지켜내는 충직하고 성실한 파수꾼이라 칭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사려니숲길의 유월은 산수국이 개화를 시작하고, 산딸나무가 풍성하게 성스러운 꽂을 가득 피우며, 인동덩굴이 향기로운 숲길을 만들고, 각종 새들이 노래하는 삼나무 군락 사이를 융단처럼 깔린 붉은 화산재를 밟고 지나는 행복이 가득한 말 그대로의 파라다이스라 해도 과언이 아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최고의 숲길입니다.
'제주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생 노루들의 낙원 한라산 1100 고지 탐방로에는 성스럽다는 산딸나무 꽃이 만개하고 때죽나무 꽃과 찔레꽃 향기가 함께 합니다. (6) | 2023.06.29 |
---|---|
남국사(제주시 아라일동)는 파란 산수국과 수국의 성지로 기억됩니다 (14) | 2023.06.26 |
서귀포시 토평동 번개과학체험관 인근에는 자주색과 보라색 수국의 메카가 있다 (2) | 2023.06.22 |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의 해안도로 옆 이국적인 수국정원의 해 질 녘 풍경 스케치 (2) | 2023.06.20 |
우도수국꽃길 (10) | 2023.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