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보슬비에 흠뻑 젖은 호반의 도시 안동의 봄풍경 스케치

Chipmunk1 2023. 5. 6. 03:08

2023. 05. 05.

어린이날 전날부터 시작된
쉰 돌을 맞은 안동민속축제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월영교는
한적하고 조용하리라 생각하고
낙동강변을 지나 안동댐 방향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윈도 브러시의
바쁜 움직임을 리듬 삼아
성락교를 지나 월영교 주차장에 이르렀다.

자동차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광경에
입만 쫘악 벌리고
월영교 주차장을 지나쳐
영락교를 건너 시립민속박물관 앞
주차장에 당도하자마자
눈에 띄는 딱 한자리를 발견하고는
재빠르게 주차를 하고
보슬비 속에 물안개가 자욱한
나루터를 시작으로 환상 속의
보슬비 트레킹을 시작했다.

물안개가 자욱한
나루터에서 시작되는
나무데크길 산책로를 지나다
왼쪽 정원을 힐끗 바라보니
생각지도 못한
익숙한 빛깔의 꽃을 보고
발걸음은 정원으로 향했고,
비에 젖은 풀밭속도 아랑곳 않고
개화를 시작한 작약에게 다가갔다.

동네 산책길의 작약은 아직
꽃망울만 잔뜩 잡혀있건만
수일 전 대구에 피었다던 작약이
이곳 안동에도 봄비 속에
다소곳하게 피어나며
보슬비를 그대로 품고 있었다.

내친김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수련이 있는 연못으로
바삐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멀리서 마치 무궁화가 핀 것 같은
붉은 빛깔의 커다란 꽃송이를 발견하곤
뛰듯이 꽃 곁으로 다가가니
뜻밖에도 해당화가 세 송이 활짝 피어있고,
잔뜩 웅크리고 있는 꽃봉오리가
제법 여러 송이 솟아있는
커다란 해당화나무가
바다도 아닌 안동댐 곁에 있음에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아직 연못에는 수련잎이
조금씩 수면에 떠 있을 뿐
수련을 본다는 것은 시기상조였다.

연못을 한 바퀴 돌면서
수련의 흔적을 찾다가
물안개가 자욱한 월영교 앞에는
월영교의 귀염둥이 반달쪽배가 서너 척
빗속에서 꿋꿋하게 떠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물안개에 갇혔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반달쪽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월영교 앞에서 발길을 돌려
이국적인 정취가 돋보이는
낙강물길공원이 궁금하여
안동댐 아래로 차를 몰았다.

아니나 다를까
낙강물길공원 주차장도
복잡하기가 예외는 아니었다.

겨우 차를 세우고
공원 입구에 들어서니
눈에 삼삼하던
몹시 그립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인공폭포 앞에는
붉은 병꽃나무가 활짝 핀 채로
봄비를 고스란히 다 받아내고 있었고,

인공폭포를 흐르는 물줄기가
지나가는 수변에는
노란꽃창포가 하나둘씩
까꿍 하며 눈인사를 한다.

노랑꽃창포를 따라
봄비를 맞으며,
수변 산책로에서
넉넉하게 낭만을 즐기자니
이국적이고 몽환적이기까지 한
환상적인 가을 풍경이
벌써 그리워지고 있음에 깜짝 놀란다.

비록 비는 쉴 새 없이 내리지만
어린이날을 자축이라도 하는 듯,
서너 개 분수가 운치 있게 춤을 추고
어린이는 온데간데없고,
젊은 청춘들과
중년의 커플들과
할머니들이 줄을 서서 걷고 있는
낙강물길공원의 봄비 내리는 풍경은
자연과 하나 된 정겨움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호반의 도시 안동의 봄풍경이다.

그리고,
분홍색 노란색 비옷을 입은
어린아이 두 명이
연못 건너편에 서서 분수를 바라본다.

오늘이 어린이날임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