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모든 생물들이 동면을 즐길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는 겨울밤을
오색별빛정원이라 이름 붙여놓은
축령산 기슭의 아침고요수목원은
봄을 앞에 두고 막바지 불빛 축제 중
환상적인 출렁다리에 흔들리는 나를 맡기고
세상의 출렁거림에 그럭저럭 버텨왔던 내가
오늘 밤에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흔들리면서
봄기운이 느껴지는 오색별빛정원을 탐한다
출렁다리 건너 형형색색 나비들이 반겨주고
지나가는 불빛에 몸을 맡긴 언덕 위의 노송은
시시각각으로 몽환적인 의상으로 바꿔 입고
겨우내 오색별빛정원을 의연하게 지켜낸다
눈앞에 펼쳐진 산속의 밤바다에는
요트가 떠있고 돌고래가 춤을 추고
바다를 건너는 오색해저터널을 지나면
달빛정원의 꽃들이 활짝 웃으며 반겨주고
자작나무 숲 속에는 온갖 동물들이 초대되어
깊어가는 축령산의 밤을 사람들과 공유한다
달빛정원을 거닐다 바다를 다시 건너
현란한 불빛의 안내를 받으며 상큼한
밤공기를 분주히 가르면서 조심조심
오색별빛정원에서 빛과 하나가 된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피아노의 선율,
별빛음악회가 산아래 아담한 별장 앞
잘 꾸며진 정원에서 막 시작되고 있다
밤하늘을 날아 환하게 밝혀주는 불새가
작금의 어두워만 가는 세상도 밝혀주고
점점 다가 온다는 여섯 번째 종말의 시간이
서로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아껴주면서
느끼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느리게 다가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작은 기도로 큰 소망을 속절없이 읊조리다가
오색별빛정원과 짧은 작별의 시간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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