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2. 26.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지난 지 오래 건 만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산사의 밤을 견디며
너는 다섯 장 꽃잎 중
기꺼이 한두 개 내어 주며
봄을 기다리고 나를 기다렸구나
온전치 못한 너를
언덕배기에서 처음 발견하고
반가움은 잠시,
실망이 밀려왔던 것은
아마도 온전한 꽃잎 다섯 개가
반갑게 맞아주기를 오래전부터
내심 기대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한파 속 밤공기에 한 잎 내어주고
세찬 막바지 삭풍에 또 한 잎 내어주며
혹독한 늦겨울을 이렇게 버티고 있었건만
언제나 온전한 다섯 장의 꽃잎으로
한파 속에 피어 의연히 견뎌주길 기대했던
나의 욕심이 너무 과했다 싶구나
끊임없이 자라나는 욕심을 탐욕이라 부르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경계하고,
이만하면 됐다고 다독이는 것을 만족이라 칭하고
안분지족(安分知足)이라 응원하니,
너의 안분지족 하고 과유불급한 삶 속에서
우매한 나는 의연한 너를 보며 큰 배움을 얻고
봄을 부르는 햇살 눈부신 산사에
하릴없이 너를 그냥 두고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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