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몰리스풍년화(Hamamelis mollis) 와 베르날리스풍년화(Hamamelis vernalis)가 봄을 초대합니다🏵

Chipmunk1 2023. 3. 6. 00:00

2023. 03. 02.

크게 기대 않고 이 백여리 되는 길을 두 시간여 달려
오랜만에 찾은 축령산 골짜기 아침고요수목원은
매의 눈으로  샅샅이 뒤져봐도 소나무를 제외하고는
봄이 오고 있다고 감지될 어떤 징조도 발견되지 않네요.

오색별빛정원전을 보름 남짓 남겨놓고,
나무란 나무에는 온통 전선과 전구들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붙어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조형물들이 곳곳에 들어서 번잡해 보일뿐
자연은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작은 웅덩이며 계곡에서는 얼음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골짜기 너머 보이는 산속 곳곳에는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아직 봄은 축령산에 얼씬도 못하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

혹시나,
햇살이 머무는 연못 주변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커다란 목련이 진회색 꽃망울을
잔뜩 잉태하고 서있는
작은 그늘 아래
눈을 의심케 하는
노란색 군락이
마치 산수유가 만개한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믿기지 않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간혹 쭈글쭈글해진 검붉은 열매가
까만 줄기에 매달려 있을 뿐,
지나 온 산책로  여기저기에
꽃망울도 맺지 못한 산수유가
하필 꽁꽁 얼어버린 연못 앞
커다란 목련 밑에서
꽃을 피우기 만무하기에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가늘고 긴 노란 꽃잎을 하고
아주 편안한 자세로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있는
저주와 악령이라는  
섬뜩한 꽃말을 가진 풍년화(豊年花),
그것도 길옆에는 몰리스풍년화가

연못 쪽에는 베르날리스풍년화가
아직은 삭막하기만 한 축령산 골짜기의
유일한 꽃이 되어 반겨줍니다.

앞서가거나 뒤에 따라오는 어느 누구도
풍년화 앞을 지나면서 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니, 아예 관심조차 없이 지나쳐버리기에
꽃말처럼 회색빛 폴리스재킷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반짝이는 눈으로 쏘아보는 듯한
섬뜩한 유령 모습이 연상되는 베르날리스풍년화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기를 안고 수유 중인
저주나 악령이라는 꽃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머니의 자상한 모습이 연상되는 몰리스풍년화......

그렇게 아무의 방해도 없이 한참 동안을
온갖 삼라만상을 떠올리게 하는 풍년화를 머리에 이고
꿈 많은 동화나라의 화동이 되어
계절을 잊은 채로
나만의 봄을 마음속으로 기꺼이 영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