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새벽 한파(寒波)속, 여명(黎明)을 뚫고 백암산 백양사에서 봄의 기운을 만끽하다

Chipmunk1 2023. 2. 27. 07:26

여명도 없는 깜깜한 새벽녘에
백양사의 일주문을  통과하여
텅 빈 주차장서 여명이 밝기를
기다리다 무심코 길을 나선다

호젓하고 어스름한  약수천변은
어느새 쌍계루 앞으로 인도한다

살얼음이  살짝  비치는  약수천에
흐릿하게나마 백학봉과 쌍계루가
습관처럼 데칼코마니를 연출하고

거슬러 온  약수천 끄트머리에서 부터
붉은 기운을 가득 안고 먼동이 터온다

대웅전을 우회해서  청운정
작은 연못 속에서 백학봉의
데칼코마니를  맞는 행복은
언제부턴가  루틴이 되었다

회색빛 백학봉을  비추는 아침 햇살이
영하 칠 도를 밑돌던 동장군의 기세를
단번에 밀어내니,  대웅전의 뜨락으로
봄기운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오고

대웅전 뒤뜰 석탑 주변에 피었던
가을꽃들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가을에 이어 겨울을 보내야 하는
백학봉의  심란스런  마음속에서
거역할 수 없는 봄기운이 읽힌다

청운정 연못에 우뚝 선
먼나무의 열매  사이로
아침 햇살이  쏟아지고

다시 찾은 청운정뜰앞
연못에 비친 백학봉의
산뜻한  데칼코마니가
봄기운을 가득 품었다

산사를  크게  한 바퀴 훑고 나오는
쌍계루 앞 약수천의 데칼코마니는
아직도 흐릿하게 투영되고 있지만
동장군의 흔적인 살얼음이 녹으면
선명한 데칼코마니가 나타날 게다

손톱만큼 작아진  백학봉이 멀리 보이고
아직은 큰 일교차가 겨울과 봄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약수천의  살얼음 사이로
봄기운이  찾아와 힘차게 기지개를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