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오산 물향기수목원에서 오다가 길을 잃은 봄을 찾다

Chipmunk1 2023. 2. 25. 06:39

기다리는 봄은 요원하고,
기다리지 않는  미세먼지
또다시 창궐하는 간절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은
물향기수목원의  적막은
답답한 가슴을 짓누르고

누리끼리  메타세쿼이아
초록빛 그 길이 그립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실 속에서
웃고 있는 쿠페아 히소피폴리아

홍화야래향(세스트럼)의 당당함이
그나마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구나

그밖에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싶은
극락조화가 잠시 호젓한 맘을 잡고

사철 가리지 않고 활짝 웃어주는
제라늄의 타는듯한 붉은 몸짓이
봄을 애타게 기다리지 말라하네

일행들과 더불어 이른 점심을 마치고
홀로 터덜터덜 수목원에 다시 들어와

아침에 그냥 지나쳤던 온실 앞 덤불 속을
샅샅이  훑어보고 간절하게  들여다보니
노란 기운이  군데군데서 기지개를 켜고

낙엽에 덥여있던 여린 복수초
하나둘  세상밖으로 나오는 중

무장애 데크길 너머 납작 엎드린
세 송이 복수초까지 눈에 뜨이고

돌틈에 홀로 핀 복수초까지 눈에 들어오니
사막의 신기루 오아시스가 따로 없지 싶다

복수초가  보이기 시작하니
도랑 속의 별꽃이 유혹하고

여섯 식구 어릴 적 그리움이
옹기종기  묻어나는  복수초
예년보다  조금 늦기는 해도

아직은 설강화도 샤프란도
눈에 보이지는 않을지라도
봄은 시나브로 겨울을 뚫고
저 만치서 손짓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