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큰지그리오름(교래자연휴양림)의 가을 이야기

Chipmunk1 2022. 10. 30. 06:52

2022. 10. 26.

나름 제주도를 좋아하고 올레를 포함 제주를 구석구석 찾아 다니는 1인이라 자부했는데, 큰지그리오름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게된 곳인지라, 설레임을 가득 안고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에 날아갈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섰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한라산의 자녀들로 알려진 오름이 368개나 되니, 생소한 오름이 어찌 큰지그리오름 뿐이겠습니까만은, 자연을 대하는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이 나의 제주이야기에 포함될 큰지그리오름을 향해 가을이 농익어가는 곶자왈의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곶자왈 초입 부터 갈래길 곳곳에 친절하게 세워진 큰지그리 오름 전망대의 이정표를 따라 단풍이 예쁘게 물들고 있는 곶자왈 산책로는 600미터에서 4-5미터 빠지는 해발 595.9미터의 곶자왈 중에서는 비교적 고지에 속하는 큰지그리오름을 오른다는 부담이 전혀 느껴지지않을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평탄한 길이 편백나무숲에서 시작되는 오름의 초입까지 순하게 이어져 태고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듯한 숲길을 편안한 마음으로 무념무상하며 유유자적 걸었습니다.

곱게 물든 단풍이 반갑게 맞아주는 길을 지날때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보고 올려다보고 뒤돌아보고 나무사이로 보이는 청명하기 이를데 없는 가을하늘과 견주어 보며 사뿐 사뿐 걷다보니 왕복 8km 정도 되는 예쁜 길을 3시간 훌쩍 넘겨 걸었지만 전혀 지루하지않았습니다.

이제는 반갑기 조차한, 빨갛게 익어가며 독을 품고있기에 사약의 원료로 쓰였다는 천남성이 곶자왈 곳곳에서 자연의 가족이되어 더 이상은 인위적으로 소중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독약이 아닌 눈을 즐겁게 해주는 친구가 되어줍니다.

천남성 군락지가 끝나갈 무렵, 보랏빛 선투구꽃이 또 다시 발길을 잡습니다. 한참을 내려다보고 무릎을 굽혀 살짝 열린 꽃잎 안을 올려다보며 자연의 소중한 선물을 음미해 봅니다.

곶자왈이 끝나갈 무렵 피톤치드가 가득한, 큰지그리오름 정상의 턱밑에 있는 편백나무숲을 만납니다.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왼쪽의 완만하게 경사진 예쁜 숲길이 오름을 오르는 길이고, 조금 가파른 오른쪽 숲길이 내려오는 일방통행길이기에, 마주오는 사람들과 비켜서는 불편함 없이 여유롭게 사색하며 피톤치드를 무한리필 받을수 있는 행복의 숲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공허한 바람이 끝날 즈음 오름 전망대 까지 30m 남았다는 마지막 이정표를 만나게 됩니다.

비록 600미터가 채 되지않는 높이지만, 사방팔방 막힘없이 시원하게 펼쳐져, 제주의 무르익어가는 가을을 한눈에 담을수 있는 큰지그리오름의 정상에서 한참을 머물자니 까마귀가 어서 내려가라고 까악까악 재촉하는지라 십여분 머물다 떨어지지않는 발길로 올라왔던 반대편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오름 정상에 오르는 길에서는 보이지않던 보랏빛 예쁜 꽃들이 내려가는 길 곳곳에 옹기종기 모여 방긋 웃으며 반겨주는 정겨움에 흠뻑 취해, 가뜩이나 길어진 탐방길이 더욱 더 길어집니다.

조금 경사진 편백나무숲을 따라 잰걸음으로 내려가 보지만, 단풍과 꽃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울렸던 꿈만 같았던 큰지그리오름 탐방길엔 점점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곶자왈과 신이 만들어 놓은 듯한 보랏빛 꽃밭과 단풍까지 곱게 물든 큰지그리오름에 오게 된것 만 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하게 만족스러울 뿐만아니라, 큰지그리오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제주 여행의 또 다른 의미있는 유인이 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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