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눈이 내린듯 초록잎새 위에 소복소복 눈이 내려 쌓인듯한 설악초가 산책로 한쪽 귀퉁이에 존재감없이 자리잡고 있어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데, 오늘 아침엔 설악초 뒤켠에 있는 황화코스모스를 보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멀리서는 하얀 눈이 쌓인듯한 잎과 줄기만 선명 했었 는데, 가까이서 보니 하얀 꽃이 앙증맞게 피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감이며 백과사전에서 소개하는 설악초의 관전포인트는 꽃 보다는 잎과 줄기라 하니, 설악초의 입장에서는 그닥 달갑잖은 설명이리라 생각 된다.
세상에 꽃치고 아름답지않은 꽃은 없다고 생각해온 나의 신념과도 배치되는 일반적인 평에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
꿀벌이 앙증맞은 설악초에 앉아서 열심히 꿀을 빨아들이고 있으니, 설악초가 꽃으로서 부족함이 없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뿐만아니라, 잎과 줄기는 구황식물로 유명한 조릿대에 눈이 내린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 설악초는 꽃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져도 충분하지 싶다.
축복과 환영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리는 것은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눈꽃같은 설악초의 잎이 설악초를 잘 보듬으면서 초여름 부터 늦가을까지 한결같이 설악초를 떠 받들고 있음에, 일반적으로 설악초가 잎과 줄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되어 느끼리라 생각했던 설악초의 비애는 쓸데없는 나만의 기우(杞憂)가 아니었나 싶다.
오늘도 설악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잎과 줄기 위에서 있는듯 없는듯 작고 앙증맞은 순백의 자태로 초봄 부터 늦가을 까지 안분지족하며 소담스럽게 아름다운 세상을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꽃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혹한기(酷寒期)의 빨간 장미 (4) | 2022.12.14 |
---|---|
풍선덩굴에 어린시절의 꿈을 살포시 얹어 봅니다 (0) | 2022.09.28 |
층꽃나무와 허무한 삶 (0) | 2022.09.27 |
아름답고 고마운 고마리꽃 (2) | 2022.09.24 |
눈이 부신 이질풀꽃 (0) | 2022.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