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군도의 주도인 선유도에 가기 직전 좌측에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의 실제 배경으로 익히 알려진 무녀도에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무녀도 주차장으로 향했다 .
주차후, 간단히 간식으로 당 보충을 하고,
무녀도 왼쪽 앞에 "쥐똥섬"이라 불리는,
마침 썰물이라 바닷길이 열린 쥐똥섬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다가갔다.
아무 생각없이 쥐똥섬에 들어가서
막 사진 한장을 찍고 있었는데,
섬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다급하게
쥐똥섬에서 나가라는 경고 방송이 들려왔지만,
나와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뒤이어서,
"쥐똥섬에 있는 남자분 속히 섬 밖으로 이동하세요~~~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습니다"라고 콕 집어 방송이 나온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들어 오던 입구로 눈을 돌렸다.
헐~~~
들어오던 입구를 보니
자갈 길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위기감이 몰려와서
100m 를 전력질주 하듯,
젖먹던 힘까지 내서 뛰어봤지만,
이미 정강이 까지 바닷물이 차있었어요.
풍덩풍덩 빠져가며 겨우 섬을 빠져나오니,
경고 방송을 한듯한 경찰관을 포함해서 다수의 구경꾼들이
신기한듯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쥐똥섬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로 떠내려간듯
해변에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정말 아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명한 가을 하늘과 파란 잉크와 코발트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매혹적인 바다색의 조화로움이 잠시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주었다.
쥐똥섬의 아찔했던 순간을 뒤로하고, 오른쪽으로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나무데크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무녀봉을 오르기 위해 안전로프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지만, 등산로를 찾지못해, 끝내 무녀봉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채,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무녀도와 조용히 작별을 고해야했다.
가을 하늘이 너무나 선명해서 잠시 들렀던 신시도 포구에서 선유도가 아주 가까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 온다. 지난 봄에 선유도에서 봤던 그곳이 바로 이곳 이었던거 같다.
신시도를 돌아 나오는 길섶에서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던 여리여리한 해국들이
아쉬운 작별을 하듯 손을 흔드는 듯이 보였다.
깊어만가는 이 가을에,
고군산군도의 초입에서
가을 바다를 엿본 멋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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