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첫 여행지로 제주도를 선택하게 된 것은 아마도 3년전 처음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던, 35년만의 폭설과 함께 했던, 2016년 1월의 추억을 찾아 떠난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재 작년까지 올레길을 두번 완주한 이후에는, 더 이상 올레길 완주에 집착하지 않겠노라 마음 먹은 이래로, 작년 10월 부터는 올레길과 상관없이 발길 닿는대로 가고 싶은대로 제주를 즐기고 있다.
올레길에 대한 지나친 눈먼 사랑을 내려 놓으니, 올레길 주변에 있었지만, 관심없이 스쳐지나갔었던.......
예를 들자면,
올레7코스에 있는 외돌개 왼쪽에 있는 황우지해안의 12동굴과
흡사 서귀포항의 새연교와 문섬을 바라보고 있는, 뭔가 할말이 있어 보이는 듯한 남자의 옆 얼굴이 선녀탕 뒤의 바위에 나타났다.
이는, 지난 10월에 처음 보았던, 효자 눈에만 보인다는 수월봉의 효자 바위에 이어 사람의 얼굴 모습을 한 바위를 외돌개 옆 선녀탕에서 또 다시 보게 된 기막힌 우연이었다.
그리고, 올레 5코스 중간 스탬프가 있는 위미동백군락지는 매번 스치고만 지나쳤을뿐, 불과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그곳을 직접 가볼 생각도 못했었다.
올레길에 얽매이지 않으니, 동백꽃을 보러 갈 시간도 생겼다.
집착하던 무언가를 내려 놓으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새롭게 시야에 들어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된다.
아둥바둥 뭔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쓸데 적게 집착하는 불편한 마음을 내려놓고나니, 더 좋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기대하지 않았던 신기루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상절리에서는 동백꽃이 눈에 들어왔고, 하늘을 뒤덮은 야자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우도에서는 올레길을 벗어나니, 청보리 새싹들이 싱그럽게 눈앞에 나타났다.
또한, 외돌개와 차귀도 앞에서 멋진 해넘이를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무엇보다도, 아침 일찍 올레길을 향해 출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지고나니 저녁시간이 여유로웠다. 마치, 삼십여년간 새벽에 출근하던 습관이 없어지고나니 저녁시간이 여유롭고, 일찍 자야한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삶이 즐겁고 행복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늘어나는것과 같은 이치인듯 싶다.
그래서, 작고한 가수 최희준은 "잘 살고 못 사는 건 마음 먹기에 달렸더라" 라고 노래했나 보다.
하나를 내려 놓으니, 많은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진정한 "소확행"을 몸소 실천하고 온 몸과 마음으로 느꼈던 행복하고 의미있는 기해년의 첫 여행이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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