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날아 제주에 왔다.
버스타는 시간이나 걷는 시간이나 엇 비슷해서 에어포트호텔까지 걸었다.
2.4km 정도라 몸풀기에 제격인 거리였다.
지난 9월에도 에어포트호텔서 공항까지 걸었기에, 아무 생각없이 걸었다.
약간의 시장기가 느껴졌을뿐 몸에 땀날 기미도 없이 순식간에 호텔에 와서, 불이나케 체크인을 하고 배낭만 벗어 놓고 먹이를 찾아 연동의 바이오젠거리를 한바퀴 돌았지만, 입맛 당기는 메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차라리 호텔에서 멀지 않은 바이오젠 거리 훨씬 전에서 보았던 "드르와"라는 흑돼지 전문이라는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제육볶음을 주문하니, 두루치기나 비슷하니 두루치기를 먹겠냐고 묻길래 그래라 하고 잠시 기다렸다. 흑돼지 두루치기는 서귀포의 동성식당에서 두어번 먹어 보았기에, 오늘의 두루치기는 수준이 한차원 이상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빠르게 밥 한그릇을 다 비웠다. 고기는 기름부분을 떼고 먹으니 별로 먹잘것이 없었고, 콩나물과 김치가 대부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가격을 물었다. 서귀포의 동성식당은 1인분 육천원에 너무 푸짐하고 맛있었기에, 여기는 오천원 정도에 공기밥 포함 6~7천원을 내심 계산하고 있었는데, 이만원이란다.
헐~~~~
주인을 불렀다.
이만원이 맞단다.
어이가 없었다.
생흑돼지를 쓰기때문에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란다.
나는 이정도의 두루치기에 이만원을 지불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주인이 그냥 가시란다.
거지가 아니니까 적정한 밥값을 내고 가겠노라고 설득을 했다.
덜 받을 생각이 없단다.
난 고기 몇점 들어가지도 않은 두루치기에 이만원을 지불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괜찮다고 그냥 가란다.
참 난처했다.
그러나, 나는 이만원을 낼 생각이 없으니 어찌하라~~~
찝찝했지만 그냥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만원을 내지않아 주인의 배려로 무전취식한 셈이 되었지만, 나는 그 정도의 두루치기에 지불할 이만원은 정말 없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무전취식을 경험했다.
'제주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레길 15(B) 곽지해수욕장 부터 14코스 까지 역올레하다 (0) | 2017.11.03 |
---|---|
올레길 16코스를 역올레하다. (0) | 2017.11.01 |
잊지못(말아야)할 추자도 굴비축제를 마치다 (0) | 2017.10.04 |
추자도 참굴비축제 첫날 (0) | 2017.10.02 |
내친김에 저지오름 저지 곶자왈(제주올레 13, 14-1) (0) | 2017.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