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19.

제주도 입도 4일 차, 오전 10시, 그동안 풍랑으로 결항되었던 가파도행 정기여객선에 몸을 싣고 오매불망하던 가파도에 15분 만에 발을 디디고, 기대했던 유채꽃과 청보리는, 작년보다 한 주 늦게 왔지만, (나그네 느낌상) 작년보다 보름 정도 생장이 늦어지고 있었으니, 조금 아쉬움은 있었지만, 통상은 가파도에 2시간 정도 머물다 떠나도록 가파도발 여객선 승선권을 구입하게 되지만, 청보리 축제 기간 이외에는 가파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기에, 나그네는 통상 2시간 보다 2시간 정도 더 머물기로 하고 12시 40분 대신에 14시 20분 가파도 출발 운진항행 승선표를 잘 간직한 채 , 가파도에 도착하자마자 오른쪽으로 가파도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안쪽으로 올라가 전망대를 지나 여린 청보리와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한 유채꽃과 긴 눈 맞춤을 하고, 여전히 강풍이 몰아치는 가파도 선착장에서 운진항행 정기여객선을 기다립니다.
십 년 전 한겨울, 올레길(10-1코스)로 걷던 추억의 가파도 둘레길을 일 년 만에 다시 걷는 가벼운 발걸음이, 모슬포항에서 바다 건너 11Km 떨어져 있고, 가파도에서 5.5Km 떨어져 있는 마라도를 스마트폰 줌으로 가까이 당겨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라도가 등뒤로 사라질 때까지 콧노래를 부르며, 세찬 해풍에 아랑곳없이 순식간에 가파도 둘레길 절반을 지납니다.

유채꽃과 청보리에 치어 존재감이 거의 없는 태양국이라고도 불리는 샛노란 가자니아가 도로변에서 봄의 전령사로 봐달라는 듯 활짝 웃고 있습니다.

영업을 중단한 듯 보이는, 인적이 뜸해 스산한 펜션 뜰에는 서귀포 앞바다를 바라보며 금잔화가 만개하여, 상상하지 못했던 환상적인 가파도의 또 다른 명품 풍경에 하릴없이 주인도 없는 펜션에 살짝 들어가 한참을 머뭅니다.
그리고, 구름에 싸여있는 한라산과 산방산과 송악산을 차례대로 바라보며,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총면적 0.87㎢, 해안선 길이 4.2㎞, 동서 길이 1.5㎞, 남북 길이 1.6㎞인 제주도의 부속섬 중, 추자도와 우도 보다는 작지만, 마라도와 비양도, 차귀도(무인도) 보다 큰 아름다운 섬 가파도를 순식간에 한 바퀴 돌아봅니다.

가파도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청보리물결을 흐뭇하게 상상하며, 가파도 안쪽으로 들어섭니다.
아쉽게도 작년 이즈음 보다 한 뼘은 덜 자란 어린 청보리순이 잡초처럼 가파도를 뒤덮고 있지만, 4월 말 5월 초에 가파도를 뒤덮을 청보리 물결이 아련합니다.

선착장 위 유채꽃밭은 만개해 있었지만, 산방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던 유채꽃밭은 적어도 보름은 지나야 만개할 듯싶은 아쉬움에, 내년 봄에는 3월 말 혹은 4월 초에 제대로 된 가파도의 봄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파도 해안 1/3 지점에는 월령포구보다는 많이 못하지만, 백년초라 잘못 알려지기도 한, 멕시코가 원산지인 해안선인장의 빨간 열매가 머잖아 가파도에도 해안선인장의 새로운 자생 군락지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해 봅니다.
백년초는 선인장의 열매가 아닌 왕선인장의 별칭으로 손바닥선인장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제주도 원주민 상당수는 해안선인장을 손바닥선인장으로 부르기도 합니다만, 해안선인장보다 큰 왕선인장의 예쁜 꽃을, 나그네는 제주도 서귀포 보목동 소천지 주변과 성산의 고성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맛집이라고 알려진 둘레길 중간지점에 스쳐지나 온 해물짜장면이 유명한 식당 대신에 선착장에서 가까운 짜장면집에서 맛보다는 시장을 반찬 삼아 한 그릇 서둘러 흡입하고 내년 봄을 기약하며 가파도를 떠납니다.
'제주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산일출봉 해돋이 (9) | 2025.04.04 |
---|---|
운진항 해넘이 (10) | 2025.04.03 |
소낭머리 해돋이 (11) | 2025.04.01 |
머체왓숲길 봄 날 오후 탐방 (16) | 2025.03.31 |
숨,도(서귀포 귤림성) 정원 봄 둘(꽃들의 향연) (14) | 2025.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