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운진항 해넘이

Chipmunk1 2025. 4. 3. 00:07

2025. 03. 19.

과거 몇 차례 해넘이가 매우 성공적이었던 좋은 기억이 있는 운진항 해넘이를 보려고, 어정쩡하게 일찍 가파도를 나와 30분 거리의 수월봉에 올랐다가, 칼 같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운진항으로 돌아왔으나, 여객터미널은 이미 잠겨있었고, 공중화장실 찾아 사방팔방을 다녀봤지만, 편의 시설이라고는 전무한 여객터미널 너른 주차장을 떠나 일찌감치 방파제 산책로에 서서 칼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조금은 짙게 깔리는 먹구름에 노심초사하며, 간신히 먹구름을 벗어나서 조금씩 빛을 잃어가면서도 끝까지  수평선을 향해 뚝뚝 떨어지는 저녁해를 바라봅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희미해진 빛으로 수평선 아래로 또 다른 반대편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희망의 해돋이를 선물하기 위해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오늘의 해넘이는 절반의 성공이라 자평해 보면서,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듯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언제쯤 꽃피는 봄이 오려나, 운진항 방조제 앞바다 수평선 너머 흐릿한 분홍빛으로 바뀌어 떨어지는 저 해가 머잖아 이 산하에도 희망차게 밝고 선명한 원색의 빛으로 다시 찾아오기를 피그말리온의 간절함으로 간구해 봅니다.

조금씩 꽃샘추위에서 벗어나고 있는 밤공기를 가르며 한 시간여 운전 끝에 서귀포 호텔에 도착해서, 혼밥 하기 안성맞춤이고, 호텔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는 '24시전주명가콩나물국밥집'에서 황태콩나물국밥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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