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소낭머리 해돋이

Chipmunk1 2025. 4. 1. 00:03

2025. 03. 19.

해돋이를 볼 수 없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눈을 뜨자마자 모슬포 풍랑정보를 확인하고, 잘하면 가파도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통유리 창으로 보이는 흐릿한 하늘을 보면서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들고 습관적으로 소낭머리로 향합니다.

자동차로 5분 거리의 소낭머리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보목포구 위 하늘이 먹구름을 오른쪽 섶섬 위로 밀어내며 붉은 노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언뜻언뜻 밝은 빛이 뭔가 좋은 징조를 예견하듯, 먹구름은 회색구름으로, 회색구름은 분홍구름으로 점차 새벽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먹구름을 뚫고 빛줄기가 뻗쳐 나오려 용솟음치는 기운에 하릴없이 먹구름이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기대하지 않았던 기분 좋은 햇살이 퍼지고, 보목포구 위에 작은 백촉짜리 백열등 스위치가 켜지듯 순간 반짝 빛나기 시작합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서 떠오르는 아침해 보다도 오히려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며 떠 오르는 아침해가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아마도 가슴 조리며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사바세계 민초들의 심정으로 바라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소낭머리에서의 해돋이를 흐뭇하게 감상합니다.

순식간에 중천으로 오르기 시작한 아침해가 순간순간 구름에 갇혀 해무리를 만들고, 바다에 내려온 자연이 선물한 황금빛 윤슬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비정상이 정상인 양 혼란스러운 사바세계의 혼돈 때문에 너무 멀어진 듯한 이 땅의 정의가 하루속히 정상을 되찾고, 자손만대 모든 일상이 황금빛 희망으로 이어지기를 또다시 피그말리온의 간절함으로 간구해 봅니다.

그리고, 운진항(가파도행 여객선 타는 곳)으로 가기 전, 식당 오픈 하던 시절부터 즐겨 이용하고 있는 외돌개 입구를 조금 지나 서귀포여고 앞 해장국집에서 제주산 고사리가 곰 삶아진 고사리해장국을 한 그릇 비우면서, 소낭머리 아침햇살에서 받은 좋은 자연의 에너지가 소멸되지 않고 이어지는 영원한 내면의 긍정적인 연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