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20.

오늘은 제주 여행 닷새째 되는 날,
꽃샘추위와 함께 왔다 꽃샘추위를 떼어놓고, 평년기온을 되찾은 날 제주를 떠나려니,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창하게 시작하는 새벽을 선물 받고, 서귀포 호텔에서 새벽 4시가 되기 전에 체크아웃하고, 한 시간여 신호등도 졸고 있는 서귀포 시내를 출발하여, 차동차가 거의 없는 남원과 표선을 거쳐, 고성을 지나면서 신호등이 잠에서 막 깨어나는 시간에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도착하니, 새벽 다섯 시 십분, 성산일출봉 정상의 세찬 바람과 맞설 채비를 단단히 갖추고, 다섯 시 삼십오 분에 금년부터 아침 7시가 아닌, 새벽 다섯 시로 매표를 시작한다는, 그동안은 무료로 입구 정문을 타고 넘어갔던 향수를 달래며, 입장료 5천 원을 지불하고, 열린 문으로 당당히 일출봉을 향해 휴대폰의 플래시를 켜고 날아갈 듯 힘차게 오르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반달로 줄어든 지는 달과 일출봉을 함께 오릅니다.

정문을 통과한 지 20분이 채 지나기 전에, 막바지 가파른 돌계단에서 달을 담으며 잠시 가뿐 숨을 고르고, 아직은 텅 비어 있는 일출봉에 도착해서 일출봉 너머 우도 앞바다 수평선을 따라 여명이 밝아오니, 해돋이를 30분 후에는 볼 수 있겠다는 설렘으로 미소가 자동 발사됩니다.
해돋이 시작을 십여분 남기고, 멀리 수평선은 아침해를 맞을 여명이 바다에 희미하게 윤슬을 만들며 막바지 어둠을 밀어내느라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함성에 육안으로는 흐릿한 먼바다로 카메라 줌을 당겨 수평선 위로 빨간 아침해가 봉긋 솟아오르는 장관을 목도합니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희망이 샘솟습니다.
3년 전 성산 부근에서 한달살이 하면서, 거의 매일 새벽 올랐던 성산일출봉이었지만, 제대로 된 해돋이는 볼 기회가 없었는데,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해돋이 장관은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내려가고, 텅 빈 일출봉 전망대에서 떨어지기 싫은 걸음을 멈추고, 황금빛 윤슬이 출렁이는 바다를 보면서 속세의 모든 근심걱정을 잊은 채로 무념무상 성산일출봉과 하나가 됩니다.
세상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풍경이 또 있을까요?
수평선을 출발한 아침해는 붉은 열정으로 중천으로 향하고, 황금빛 윤슬은 성산 앞바다를 뒤덮고,
설산 한라는 어렴풋이 장엄한 모습을 보이니,
고성을 둘러싼 작은 바다 위에 제주의 지중해가 펼쳐집니다.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옮겨, 아주 천천히 속세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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