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7.
저지대에서는 비가 내리고, 고지대로 갈수록 눈이 내리는 전형적인 제주의 겨울 날씨를 즐기면서, 사려니숲길 붉은오름입구에 도착합니다.
지난 6월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무장애데크길 옆의 삼나무숲 오솔길을 무념무상 걸어봅니다.
숲 속의 작은 도서관 입구에 다 달으니, 엊그제 왔었던 듯싶은 감성이 되살아 나면서 미로숲길을 향해 걸어갑니다.
절기상으로는 겨울이 분명하건만, 사려니숲길의 미로숲길은 눈이 쌓이지 않아 계절을 분간하기는 쉽지 않지만, 사람들의 옷차림새가 겨울이라 합니다.
눈이 없으니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한 사려니숲길이 바람도 막아주고 간간이 떨어지는 눈과 우박도 막아줍니다.
삼나무숲길이 중간중간 끊기는가 싶더니, 어느덧 물찻오름을 향해 넘어가는 해를 등불 삼아 가을인지 겨울인지 분간이 안 가는 길을 비바람과 더불어 어울렁 더울렁 낙엽과 동무하여 걸어갑니다.
삼나무 대신 조릿대가 가득하고, 물찻오름이 눈앞에 다가오니 파란 하늘이 더 이상 뭔가가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갖게 합니다.
언제나처럼 물찻오름 이정표가 반가이 맞아주니, 잠시 물찻오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혹시 노루가 놀고 있나 살펴보지만, 이번 겨울에는 아직까지 눈이 쌓이지 않아 숲 속에서 그냥저냥 머물고 있는가 봅니다.
물찻오름을 반환점으로 붉은오름입구를 향해 걷고, 어느새 따라온 저녁 해가 조심히 내려가라고 밝게 웃어줍니다.
붉은오름입구를 한 시간여 남겨놓고 제법 후드득 소리를 내는 우박과 눈을 맞으며 인적이 뜸해진 사려니숲길을 잰걸음으로 내려갑니다.
거진 다 내려왔을 즈음, 언제 내렸냐는 듯싶게 길은 다소 촉촉해졌지만, 맑게 개인 하늘이 사려니숲길을 보다 정갈하게 꾸며줍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하루빨리 잘 정돈되어 자유와 안보와 전쟁과 평화에 걱정 없는 일상으로 되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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