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내장산 계곡 골짜기 백양꽃

Chipmunk1 2024. 9. 21. 04:31

2024. 08. 28.

백양사 약수천 계곡에서만 자생하는 줄 알았던 백양꽃이 백학봉 너머 내장산 계곡에서도 자생하고 있음을 작년에서야 알았다

까딱했으면, 백양꽃 자생단지가 백양사 약수천 계곡에만 있다고 알고 먼 길을 떠날지도 모를 뻔했는데, 옛 어른들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고 하시던 말씀이 언듯 떠오른다. 저승에 가기 전에 내장산 계곡에서 자생하는 백양꽃(가을가재무릇)을 볼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처음 백양꽃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사람이, 만일 내장산 계곡에서 백양꽃을 처음 발견했다면, 백양꽃은 내장꽃으로 불리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내장산 계곡의 백양꽃들이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투덜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독특하게도 예닐곱 종류의 상사화 중에서 진노랑상사화, 붉노랑상사화, 분홍상사화(상사화)등을 제외하고는, 위도에서 처음 발견된 위도상사화, 제주에서 처음 발견된 제주상사화, 그리고 백양사 약수천 계곡에서 처음 발견된 백양꽃이 각각 발견된 지역 명칭을 따서 명명된 것은 구체적으로 원산지를 알려주려 하는 것이 아닐까 알듯 모를 듯 이해는 하면서도, 간발의 차이로 자생지가 백양사 약수천 계곡으로 지목된 내장산 계곡의 백양꽃은 자신들의 원산지에 대한 정체성이 꽤나 혼란스럽지 않을까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장산 우화정 연못을 지나 내장산국립공원입구까지 길게 이어진 계곡 골짜기를 따라 청순하게 피고 지는 백양꽃은 무어라 불리든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오늘도 아침 햇살을 받으며 황홀한 변신을 거듭한다.

나도 내장산 계곡 골짜기의 백양꽃이 되고 싶다.

세간의 편협되고 이기적이고 주관적인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내장산 계곡 골짜기의 백양꽃을 닮고 싶다.

백양꽃이면 어떠하고 내장꽃이면 어떠하리!

이제라도 나머지 삶은 흔들림 없이 내 의지대로 살아내는 내장산 계곡 골짜기의 가을가재무릇(백양꽃)이 되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