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제주의 겨울을 찾아서(3) (서귀포항/새연교/새섬)

Chipmunk1 2024. 1. 15. 07:57

2024. 01. 08.

저녁 식사 후, 기계식 호텔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꺼내 타고, 서귀포항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오른쪽의 천지연폭포 쪽은 빠르게 깊어가는 겨울밤답게 어둠에 싸여있고, 멀리 새연교의 불빛이, 생전 처음 보는 것도 아님에도 설레게 만들고, 경사진 새연교를 오르자마자 수시로 변하는 새연교를 바라보느라 하릴없이 발걸음을 멈춥니다.

새연교를 반쯤 올라가니, 웅장한 새연교 허리를 떠 받들고 있는 기묘한 아치(Arch) 모양의 기둥이 겨울 밤하늘을 뚫고 오를 듯한 위용을 뽐내고, 중문 해변의 카페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아스라이 눈에 들어오고, 예쁜 카페에 앉아 새연교의 불빛을 바라보며 행복에 젖어있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이 보일 듯 말 듯합니다.

새연교를 넘어 새섬입구에서 중문해변뿐만 아니라, 범섬 앞 법환해안과 강정포구의 불빛이 외돌개 너머 아련히 새연교와 멋진 앙상블을 이루고 한라산 자락의 실루엣이 어둠 속에서 살짝 내비침 합니다.

새연교의 작은 쉼터 왼쪽에서 바라본 새연교의 옆모습 뒤로 여전히 불빛이 반짝이고, 어둠이 깊어 갈수록 제주의 남쪽 해변의 밤은  서귀포항에서부터 중문해변을 거쳐 강정포구까지 멋진 불빛 띠를 이루며 눈과 마음을 즐겁게 만듭니다.

이번에는 새연교의 오른쪽에서 새연교의 오른쪽 허리를 바라보니, 서귀포항에 정박 중인 유람선의 보랏빛 불빛이 한층 황홀하게 새연교 아래 바닷물에 현란한 데칼코마니를 만들고, 새연교 아치의 불빛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잔잔한 바다 위에 화려한 수채화를 그려냅니다.

새연교와 새섬을 연결하는 경사진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  골짜기에서 위로 올려다보니, 새연교의 내밀한 속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새연교 아치 끝부분이 계곡에 갇혀있는 바닷물에 데칼코마니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계곡을 지나 새섬 위로 올라서니 새연교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숲 속에 있는 동화 속 아름다운 궁전에 들어가는 궁문인 듯 착각하게 합니다.

새섬 둘레길로 접어들기 직전, 새섬을 왼쪽 정방향으로 돌아 출발지점까지 오기 전 마지막으로 숲 사이로 보이는 새연교와 잠시 짧은 이별을 합니다.

새연교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아직은 갈대가 우거진 해안 너머로 한층 짙어진 중문 일대의 불빛이 깊어가는 겨울밤을 설레게 합니다.

새섬 둘레길의 동백군락지 어둠 속에서 동백 한송이가 수줍게 인사하고, 어느덧 새섬 동쪽 해안을 지나 멀리서 새연교가 반겨줍니다.

숲 속의 덤불 사이로 아련하게 보이는 새연교를 바라보며,  마법에 걸려 숲 속의 궁전에서 잠든 백설공주를 구하러 가는 이웃나라 왕자가 되는 행복한 상상을 해봅니다.

새섬에 첫발을 내디뎠던 30여분 전에 비해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본 새연교가 아까 봤던 새연교와 많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나그네의 간사한 눈의 시신경이 뇌신경으로 하여금 즐거운 착각을 하도록 엉터리로 전달했기 때문이겠지요.

천천히 걸어도 십여분이면 충분한 아기자기하고 잘 정돈된 새섬 둘레길은 계절과 기온과 상관없이 그림 같은 달빛아래 마냥 걷고 싶은 예쁜 길입니다.

새섬의 북쪽 끄트머리에서 내려다 보이는 새연교는 새섬을 나가기 전 가장 높은 곳에서 새연교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에 잠시 머물면서 어느새 다가온 이별을 준비합니다.

새섬을 내려가는 중턱에서 아쉬운 마음에서 다시금 새연교를 바라보며 떨어지지 않는 발길이 조금씩 새연교 쪽으로 향합니다.

계곡을 완전히 내려가기 전에 한번 더 새연교를 가까이서 눈에 담습니다.

새연교 쉼터에 올라와 새연교와 새섬에 빼앗겼던 마음을 한라산이 아스라이 보이는 서귀포항의 화려한 야경으로 옮겨봅니다.

그리고, 새연교와 서귀포항의 데칼코마니를 한꺼번에  바라보면서 한라산이 아스라이 보이는 아름다운 서귀포의 밤 풍경을 한눈에 담아봅니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중문해변의 불빛과 서귀포항의 화려한 불빛 사이에서 아름다움을 뽐내는 새연교의 수려한 자태에 잠시 무념무상해집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 올라가는 새연교 중심 아치 가는 길이 아쉬움 속에서 점점 가까워옵니다.

새연교 아치를 지나 내리막 길에서 정박 중인 유람선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서귀포항을 담아내고, 서귀포항의 데칼코마니가 끝 모를 아름다운 겨울밤 풍경 속으로 빛을 발하는 잔상을 남기면서 서귀포항을 뒤로하고 내일 아침 윗세오름에 오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다독이며 깊은 잠에 빠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