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제주의 겨울을 찾아서(5) (카멜리아힐)

Chipmunk1 2024. 1. 17. 06:03

2024. 01. 09.

간헐적으로 흩뿌리던 겨울비는 차량들로 가득한 서귀포시 안덕면 카멜리아힐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비가 잦아들었고, 카멜리아힐 관람 전, 매표소 옆의 카페에 들러 "카멜리아힐 카페카멜리아"의 시그니처 메뉴인 '동백 아인슈페너'를 주문하니, 동백 씨앗이 오도독 씹히고, 동백의 붉은빛 크림으로 예쁘게 그려낸 달콤한 동백 꽃잎을 한 모금 머금으니 입가에 달콤하고 차가운 생크림이, 입안에는 따스하고 쌉쌀한 커피 향이 가득 퍼집니다.

이른 아침부터 다섯 시간여 동안 눈길을 왕복하느라 수고한 두 다리에게 휴식을 주고, 에너지가 거의 소진된 몸에게는 당과 카페인을 보충해 주던 옛 비엔나의 고단한 마부들의 심정으로 삼십여분 카페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현장 구입 시 만원인 카멜리아힐의 입장권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25%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하여 카페를 나섭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입장권과 카페의 시그니처음료가 결합된 패키지 상품을 구입했더라면, 40% 가까이 할인된 가격으로 '동백 아인슈페너'를 즐길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아, 다음 방문 시에는 패키지 상품을 인터넷에서 구입하기로 하고, 큐알 코드가 들어있는 전자입장권을 제시하고, 종이 입장권을 받아 재작년 가을 이래로 14개월 만에 카멜리아힐에 다시 발을 내딛습니다.

카멜리아힐에 입장하자마자 오른쪽에 화산섬 제주를 상징하는 현무암으로 깎아 만든 현무암 물통 안에 담긴 물 위에 떠있는 아름다운 동백꽃들의 환영을 받으니, 드디어 겨울꽃 동백의 천국 카멜리아힐에 들어와 있음을 실감 나게 합니다.

물통 속 동백을 지나쳐, 오색 동백이 화려한 자태로 유혹하는 동백길로 접어듭니다.

제일 먼저 직박구리의 정겨운 노랫소리를 쫓다 보니 카멜리아힐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애기동백숲이 나타납니다.

민첩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빨간 애기동백 꽃잎을 정신없이 탐하고 있는 직박구리가 날아가기 전에 재빠르게 담아봅니다.

빨간 애기동백꽃을 한송이 한송이 카메라에 담으면서 오랜만에 동백다운 동백을 천천히 음미해 봅니다.

빨간 애기동백숲 옆에는 도도하면서도 기품 있어 보이는 분홍 애기동백꽃이 살짝 빗방울을 머금고 있습니다.

이어서, 다양한 종의 동백꽃들이 즐비한 유럽 동백숲을 한 바퀴 돌아 나옵니다.

그리고, 흰색 겹동백과 일본 동백이 섞음 섞음 하얀 동백숲을 이루며 카멜리아힐의 또 다른 매력으로 이어갑니다.

왜동백이라 입에 붙은 일본동백숲이 붉은 동백과 이웃하고 있는 동백길을 끝으로 숨 가쁘게 동백과의 회포를 풀어봅니다.

동백길이 끝나는 곳에 있는 온실에도 다양한 동백꽃들이 만개하여 온실 안을 생동감 있게 환히 밝혀줍니다.

뿐만 아니라, 천사의 나팔을 위시한 아마릴리스와 에크메아 파시아타가 동백꽃들과 이웃하여 온실을 한층 화려하게 꾸며줍니다.

온실 속 작은 화분에 담긴 다양한 동백들이 말 그대로 온실 속의 화초답게 연약해 보이지만 상큼한 자태로 활짝 웃어 저절로 미소 짓게 합니다.

동백들 사이에는 크리스마스꽃이라고도 불리는 포인세티아가 눈길을 사로잡아 잠시 머물게 합니다.

한참을 머물던 온실을 나와 또 다른 동백길을 따라 연못으로 향합니다.

작은 연못 둘레에 핀 동백이 연못에 반영되어 훌륭한 데칼코마니를 만들어 냅니다.

카멜리아힐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니, 남쪽으로는 산방산과 산방산 왼쪽으로 가파도와 마라도 까지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한라산이 아련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전망대를 내려와 핑크뮬리가 가득했던 재작년 가을의 가을정원을 추억하면서 카멜리아힐 출구로 향합니다.

변화무쌍했고, 길고도 길었던 하루를 카멜리아힐에서 삼십여분 떨어진 모슬포항의 횟집에서, 제철인 방어의 사잇살과 뱃살, 그리고 배꼽살과 몸통살을 만나고 방어 튀김과 방어회무침과 방어 지리 수제비를 음미하면서 천천히 여유롭게 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