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1. 08.
해 질 녘, 오후 4시 50분을 막 지나면서 한라수목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생각 외로 관광버스를 비롯한 자동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고, 탐방을 마친 중국인 단체관광객인 듯 보이는 무리들이 삼삼오오 왁자지껄 주차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날은 점점 어둑어둑 마음은 급해지고 발걸음은 애기동백 군락이 있는 한적한 임업실험연구실 뒤쪽을 향해 바쁘게 움직입니다.
안전사고 예방차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애기동백 군락지로 가는 길은 폐쇄되어 있고, 이제는 개체수가 급증해서 제주 곳곳에서 곧잘 발견되는 야생 노루 한쌍이 폐쇄된 애기동백 군락지 입구에서 정신없이 풀을 뜯는 모습에, 더 이상 애기동백 군락지 입구에 쳐진 쇠줄을 넘어 들어갈 생각을 접고, 임업시험연구실 건물 오른쪽 도랑을 우회해서 기어코 노루들 뒤편의 애기동백 군락지 속으로의 잠입에 성공합니다.
지난 일 년 동안 기다렸던 애기동백과의 해후에 절로 행복한 미소가 지어지고, 작년과 크게 다름없이 반겨주는 애기동백이 고맙기만 합니다.
한라수목원의 개원도 어느덧 30년을 지나고 있고, 애기동백들의 수령 또한 최소한 30년은 훌쩍 넘겼을 것으로 생각되니, 제주도 내에서 애기동백만의 군락지로는 여타의 동백 농원들에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널리 알려진 한라산 둘레길중의 하나인 동백나무숲길 등 자생하는 동백나무 숲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애기동백의 명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애기동백 군락뿐만 아니라, 수목원 내 화목원 등에서도 다른 나무들과 어우러져 아름답고 수려하기 조차한 겨울꽃 동백의 위상을 자랑해도 좋을 만한 곳이 또한 이곳 한라수목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는 하얀 왜 동백의 청초해 뵈는 모습이, 비록 개체수는 많지 않지만, 겨울꽃 동백의 운치를 더해주기에 안성맞춤이지 싶습니다.
애기동백 군락에서 시작되는 오름 입구의 작은 개나리 군락에는 가을/겨울꽃 털머위꽃과 개나리꽃이 수목원의 봄을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고,
춘삼월에 개화한다는 삼지닥나무가 동백의 보살핌 아래 서서히 개화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에서 제주의 봄은 육지에 비해 훨씬 먼저 시작되고 있는 듯합니다.
화단에 동백꽃이 가득한 서귀포 올레시장과 인접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도보로 7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갈치요리전문 식당에서 오랜만에 시원하고 살짝 매콤한 갈칫국을 즐기고, 마음은 어느새 서귀포항과 새연교의 야경을 향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주요 일정 중의 하나로 한라수목원을 찾기보다는 공항 가는 길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찾는 경우가 대부분 이겠지만, 한라수목원을 단지 자투리 시간 때우기용으로 생각하기에는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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