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0.
이른 봄이면 매화가 찾아오고, 뒤이어 개나리와 노랑꽃창포가 연못 초입 다리 안쪽으로 군락을 이루고, 뜰에는 모란과 작약이 여름을 부르는 체화정의 여름은 빨갛게 핀 매롱나무가 가을로 이어지고, 연못에는 하얀 수련이 이른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빼곡하게 체화정을 흠모하던 아름다운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단풍마저도 핏기를 잃고 쓸쓸하게 가을의 끄트머리에서 겨울을 기다립니다.
자연과 벗하던 체화정의 사계절은 겨울을 끝으로, 새롭게 계절을 시작하는 봄을 기다리며, 지난봄 여름 가을을 겨울 속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고, 파란 하늘과 연잎 사이로 보이는 파란 연못 위에 세상 모습이 꾸밈없이 어지러이 투영된 채로 새로운 질서를 갈망하는 자연의 외침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습니다.
아직 까지도 알록달록하게 체화정을 둘러싸고 있는 가을의 흔적들이 흰 눈 속에 파묻혀 한 폭의 수묵화가 연출되고, 수련의 잔해들이 가득한 연못이 수없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시나브로 봄이 찾아올 체화정의 기나긴 쉼이 이제 막 시작된 듯합니다.
체화정 초입의 농가 담장에 환하게 피어난 갯국화가 마지막 가을을 아쉬워하며, 마치 먼저 떠나간 사랑하는 그리운 사람들을 생각나게 하는 가을을 이제는 놓아줘야 할 듯합니다.
https://tglife1.tistory.com/m/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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