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제천비행장의 가을꽃(3) - 노랑(황금)코스모스

Chipmunk1 2023. 10. 12. 07:03

2023. 10. 04.

예전에는 활주로 동남쪽 끄트머리에 있던 백일홍 단지를 제외하고는 긴 활주로 양쪽에 노란 해바라기 단지가 제천 모산비행장의 가을 랜드마크였는데, 지금은 활주로를 반으로 나눠, 서북쪽에는 해바라기 대신 전성기를 지난 듯싶은 노랑코스모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월의 제천비행장을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나그네도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노랑코스모스는 입에 잘 붙지가 않았고, 대신 황화코스모스라는 이름이 뇌리에 박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황화코스모스라는 명칭은 많이 줄어들고 노랑코스모스라는 명칭으로 많이 불리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식물도감에도 황화코스모스라는 식물은 찾을 수 없고, 노랑코스모스 혹은 황금코스모스라고 나와 있으니, 앞으로는 노랑코스모스(짙은 색은 황금코스모스)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사실 황화코스모스는 중국명 황화파사국(黃花波斯菊), 즉 코스모스를 의미하는 파사국(波斯菊)만 코스모스로 번역하고 황화는 주황색 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반만 번역된 채로 황화코스모스라 불려지게 된 듯싶습니다.

따라서, 중국명 그대로 황화파사국(黃花波斯菊)으로 부르던가, 아니면 원산지에서 부르는 영어이름인 yellow-cosmos를 그대로 번역한 노랑(황금) 코스모스로 부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순서대로 버들마편초와 가우라라고 하는 나비바늘꽃을 둘러보고 느지막이 노랑코스모스와 눈 맞춤이 끝나갈 무렵 답답하게 예쁜 가을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틈틈이 파란 하늘이 구름과 뒤엉켜 파스텔색 하늘로 변신하니, 비록 전성기를 지난 듯싶은 노랑코스모스도 한층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코로나19 펜더믹 이전까지만 해도 노랑코스모스를 찾아 양수리의 물의 정원, 고창의 학원농장, 그리고 심지어는 장성의 황룡강변까지 달려갔었는데, 언제부턴가 가을꽃  축제장에는 어김없이 노랑코스모스가 한자리를 단단히 차지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노랑코스모스라고 하기보다는 이곳 제천비행장 군락지처럼 대세로 보이는 빨간색 계열의 짙은 황금코스모스가 돋보이기에, 연해 보이는 노랑코스모스보다는 주황코스모스 혹은 주홍코스모스라고 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 명칭은 주황색  꽃을 가진 노랑코스모스이기에 식물도감에도 황금코스모스라는 대체 이름을 괄호 안에 달아놓은 거겠지 싶습니다.

멕시코가 원산지라는 노랑코스모스(yellow-cosmos)가 1930-1945경에 이 땅에 들어왔다 하니, 강산이 열 번 가까이 바뀌어 온 유수 같은 세월 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사랑받는 가을꽃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니, 이제는 이 땅에 완전히 귀화한 토종꽃으로 여겨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정, 소녀의 순결, 순정, 넘치는 야성미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꽃말은 순정, 애정, 조화라는 코스모스와 엇비슷하지만, '넘치는 야성미' 만큼은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하늘을 해바라기 하며 쭉쭉 뻗은 주황색 꽃이 오랜 세월 이 땅에서 살아오면서 원예 울타리를 벗어나 야생에서도 잘 자라고 있는 모습에서 넘치는 야성미가 엿보였을 수도 있겠다 생각해 봅니다.

가을이 오면 백일홍과 해바라기로만 연상되던 제천의 모산비행장이 이제는 해바라기가 있던 자리 반을 차지하고 있는 노랑코스모스의 군락으로도 기억될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