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04.
하얀 나비가 춤을 추는 듯이 보인다 하여 나비 접(蝶) 자를 써서 '백접초(白蝶草)'라 부르고, 꽃이 떨어진 씨방이 바늘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바로 '흰나비바늘꽃'입니다.
흰색 꽃과 분홍색 꽃을 통칭하여 일반적으로 정감 있는 '나비바늘꽃'이라 주로 부르지만, 미국이 원산지인 탓에 영어 이름은 가우라(Gaura)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공식적인 식물도감에는 영어 이름인 가우라로 등재되어 있기에, '나비바늘꽃'은 별칭으로 '흰나비바늘꽃'은 애칭으로 '백접초'는 흰나비바늘꽃의 한자 이름 정도로 정리하면 될 듯싶습니다.
촉촉이 젖어있는 제천 모산비행장 활주로 동남쪽, 예전에 흰색 백일홍이 있던 자리에 백접초가 가지런히 서로를 의지하며 하늘하늘 가녀린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봄부터 가을까지 청초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진정한 멋쟁이는 흰색구두에 흰색옷을 입는다는 말이 있는데, 청초해 보이는 백접초도 이에 뒤질세라, 멀리서도 돋보이는 우뚝 솟은 날씬한 매력적인 몸매와 눈부시게 깨끗한 자태는 청순함을 뛰어넘어 '섹시한 여인'이란 꽃말이 제법 잘 어울립니다.
하얀 나비 무리들이 아름답게 군무를 추는 듯 보이는 흰나비바늘꽃이 조금은 차갑게 느껴지는 가을바람에 힘겹게 흐느적거리며 이리저리 융통성 있게 흔들리지만 서로 의지가 되어 꺾이지 않는 모습으로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라고 단호하지만 부드럽게 속삭이는 듯 보여, 최대한 양보는 하되, 자존감만은 양보하지 말자는 나그네의 마음과 이심전심되어 살짝 미소 지어 봅니다.
흐릿하게 옅은 구름에 가려진 가을 하늘이 이따금씩 파랗게 모습을 드러내고, 하늘하늘한 백접초는 파스텔빛깔 하늘을 바라보며, 멀리 떠나간 임을 그리워하는 섹시한 여인의 모습으로 백일홍이 떠나간 제천 모산비행장 활주로의 새 주인이 되어 깊어가는 가을을 해맑게 바라봅니다.
'꽃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천 년을 산다는 드라코 (전주 대자인병원 앞) (152) | 2023.11.13 |
---|---|
상강(霜降)의 명자나무 꽃 (203) | 2023.10.24 |
제천비행장의 가을꽃(3) - 노랑(황금)코스모스 (158) | 2023.10.12 |
제천 비행장의 가을꽃(2) - 홍접초(분홍나비 바늘꽃) (170) | 2023.10.11 |
제천 비행장의 가을꽃(1) - 버들마편초(숙근 버베나) (142) | 2023.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