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상강(霜降)의 명자나무 꽃

Chipmunk1 2023. 10. 24. 07:12

어느새 24 절기 중 열여덟 번째 절기인, 서리가 내리고 늦가을로 접어든다는 상강(霜降)에 반갑게 산당화 혹은 아가씨나무라고도 불리는 명자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세월이 하 수상하니, 입춘이 지나면서 아기들 새끼손톱 만하게 꽃 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삼월 초분부터 꽃망울이 하나둘 움트기 시작하고, 어쩌다 내려 쌓인 늦깎이 눈 속에서 빨간  속살을 수줍게 보여주는 명자나무 꽃이 열매가 채 노랗게 익어가기도 전에  작은 군락에서 봄보다는 다소 거친 듯 보이는 명자나무 꽃이 계절을 잊고 반년 일찍 찾아왔습니다.

봄에  피면 봄꽃이요, 가을에 피면 가을꽃이라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이 순리라고 누군가가 주장한다면, 명자나무 꽃을 봄꽃이자 가을꽃으로 알고 즐기면 그만 이겠지만, 계절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세월이 조금 더 흐른 언젠가는, 매일매일 다른 계절이 찾아오는, 혼돈(混沌, 카오스(choas))의 세상이 불현듯 찾아와 적응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삼한사온이 있는 살기 좋은 나라라고 배웠던 어린 시절이 오늘따라 유난히 그리운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사계절이 뚜렷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삼한사온(三寒四溫) 대신 미세(微細) 먼지와 초미세(超微細) 먼지가 인간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삼미사초(三微四超)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에 계절의 경계를 서서히  허물고 있는 봄의 전령사 명자나무 꽃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