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9. 22.
김제와 전주에 걸쳐있는 모악산에 비해 아담한 크기의 모악산이 함평에도 있으니, 큰 모악산에는 금산사가 있다면, 함평의 작은 모악산에는 서기 600년(백제무왕 1년) 행은(幸恩)이 창건하였다 전해지며, 대웅전 층계 아래에 있는 용천(龍泉)이라는 샘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용천사가 있습니다. 이 샘은 황해로 통하며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전국적으로 30개 정도 검색되는 용천사 중에서 단풍이 들기 전 가을을 꽃무릇으로 붉게 물들이는 사찰은 함평 모악산의 용천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용천사의 첫 번째 산문인 일주문(一柱門) 앞을 트럭으로 막아 세우고는 주변에서 어지럽게 영업을 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볼썽사나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천왕문 주변을 붉은 융단으로 에워싸고 있는 듯한 꽃무릇 군락이 일주문 때문에 기분 상했던 나그네의 조각 난 마음을 일시에 치유되게 합니다.
용천사 경내에 들어서니, 대웅전만 덩그마니 보이고, 온통 붉은 꽃무릇이 잔치를 열고 있으니, 꽃무릇이 없는 용천사의 모습은 상상되질 않습니다.
대웅전 오른쪽 산등성이에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 보이는 탑사 주변에 서서 꽃무릇의 장관을 즐길 즈음, 대웅전 아래 서쪽 끄트머리 툇마루에 앉아있던 보살님 두 분이 냅따 소리를 지릅니다.
꽃밭에서 나오라고~~~~~ 연신 소리를 질러대기에 정작 꽃무릇에는 가까이 가보지도 못하고 대웅전 계단을 내려와 이쯤이면 됐다 하고 들어왔던 사천왕문을 빠져나와 용천사 꽃무릇과의 짧았지만 강렬했던 만남을 뒤로하고 뭔가 찝찝한 마음을 남깁니다.
그 와중에 나그네는 산제비나비를 몇 컷 담았습니다.
꽃무릇과 산제비나비는 함평군 모악산 용천사의 부처님이 나그네에게 주는 귀한 선물로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위안 삼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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