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함평 모악산 꽃무릇

Chipmunk1 2023. 10. 1. 06:24

2023. 09. 22.

영광군 못지않게 함평군도 논밭과 찻길을 제외하고는 온통 꽃무릇이 제세상을 만난 듯 붉은 세상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각각의 지자체에서 서로가 전국 최대의 꽃무릇 자생 군락지라고 주장을 해도 동일한 잣대로 일일이 비교하고 확인할 수 없기에 그냥 두리뭉실하게 대한민국 꽃무릇 3대 자생 군락지로 고창(선운사), 영광(불갑산), 그리고 함평(모악산)을 손꼽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함평 모악산 꽃무릇 자생 군락이 다른 두 곳과 나그네의 눈에 조금 달리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즉, 고창 선운사 꽃무릇 자생 군락이나 영광 불갑산 꽃무릇 자생 군락은 어느 정도 인위적으로 가꾸어진 흔적이 곳곳에 보이지만, 함평 모악산 꽃무릇 자생 군락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손길만 닿은 상대적으로 조금 더 자연 친화적인 자생 군락으로 나그네의 눈에 각인되어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악산 꽃무릇 축제(9/15-9/17)가 끝난 지 닷새가 지났지만, 공원을 찾는 지역 주민들 간에 오가는 대화를 살짝 엿듣자니, 꽃무릇이 잦은 비로 아직 제대로 만개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꽃무릇 공원과 연결되는 용천사 일주문 오른쪽 임도 왼쪽 계곡과 오른쪽 산등성이에 부족함 없이 빼곡하게 만개한 꽃무릇 자생 군락은 한동안 아름다운 자태로 모악산을 붉게 물들이는 장관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늦은 오후라 서둘러 모악산 임도를 오르고 있을 무렵, 때마침 방제용 차량이 구름같이 뿌연  소독 연기를 뿜어대며 용천사 부근의 임도를 따라 올라오니, 계곡에 갇힌 연기가 개구쟁이 시절 방제 차량 뒤를 따라 뛰놀던 아련한 추억을 소환시키며, 해 질 녘 계곡에 갇혀 머무는 뿌연 소독연기 사이로 저녁 햇살이 스며드는 황홀하리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잠시 나그네를 사로잡습니다.

모악산 꽃무릇은 산속 깊이 수백 미터 자생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머잖아 해가 지기에 산속 깊이 오르는 건 포기한 채로  임도를 내려오자니 못내 아쉬움은 남지만, 내년에는 아침 일찍 모악산 구석구석에서 꽃무릇을 만나봐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반복해서 다짐하며, 용천사를 잠시 들렀다가, 꽃무릇 공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방대한 함평 모악산 꽃무릇 자생 군락과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나눕니다.

함평 모악산 용천사 진입로
함평 모악산 임도
계곡에 갇힌 소독연기 사이로 비치는 오후 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