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같았던 1박 2일,
어느새 세상에서 제일 편한 익숙한 침대에 누워 행복했던 시간들을 되새김질합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지만,
비록 몸은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마음속 가득 채우고 온 뿌듯함이 모든 걸 보상해 주고도 남습니다.
그래서, 나그네는 여행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아이들이 소풍 가듯 그렇게 설레나 봅니다.
어젯밤에는 전주수목원의 장미와 수련 만날 생각에 붕 뜬 기분으로 새우잠을 청했것만, (가뿐하게?) 거의 뜬눈으로 일어나 정신 차리라고 찬물로 샤워하고, 9시가 지나기가 무섭게 숙소에서 30분 거리의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으로 출발하여, 체감온도 35도를 육박하는 말도 안 되는 가을의 폭염에도 불구하고 장미를 찾아가고 수련도 찾아가다, 끝내 폭염 속에서 양산을 받쳐주었건만, 카메라앱은 작동을 멈추었고, 나그네도 잠시 그늘에 쉬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생식물원 앞에 있는 카페에서 카메라도 쉼을 주고 나그네도 시원한 음료 한잔을 마시고, 계획했던 세 시간의 반도 채우지 못한 채로, 수목원을 빠져나오는 나약하고 지리멸렬한 자신을 발견하고도, 더 이상은 폭염과 싸워 이겨낼 자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앱의 온도가 낮아지기를 기다리는 것도 하세월이 될 듯싶어, 고맙게도 수목원으로 나그네를 만나러 와준 지인과 또다시 카페로 가서 시원한 음료 한잔 더 마시고, 전주역과 전북대에서 머지않은 덕진구 우아동의 가성비 좋은, 현지인들만 간다는 세미 한정식 식당에서 지인을 만나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집 근처 보다 리터당 100원 정도 저렴한 전주의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가득 채우고, 어차피 고속도로도 정안휴게소 부근과 안성나들목 부근의 극심한 정체로 국도와 소요시간이 엇비슷하다 하니, 급할 것 없는 마음에 규정 속도 잘 지켜내며 안전하게 국도를 통해 귀가하면서, 나그네의 마음은 어찌나 행복하던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떠나온 전주는 소나기가 시작되었다는 뉴스에 또 안도하고, 해가 구름 속에서 빨갛게 얼굴을 내미는 아산 둔포쯤부터는 소나기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면서 지난 이틀간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고, 꽃이 있어 한층 만족스러웠던 이번 여행은 아쉬움 없이 막을 내립니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나그네가 살 수 있는 버팀목은 자연과 벗하고 꽃을 만나는 여행이지 싶습니다.
이틀간, 다섯 개 지역의 여섯 개 자연 속 경치와 풍경과 꽃들을 천여 장 정성껏 담아왔지만, 사진 정리할 마음이 언제 생겨날지, 다음 여행 전 까지는 밀리지 말고 정리가 됐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 속에, 나그네는 더 이상 하품을 참아내지 못하고, 저절로 감기는 무거운 눈거플도 이겨내지 못하고 시나브로 눈을 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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