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일부 택시와 음식점에서 잔잔히 불어오는 팁 바람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지 싶습니다.
나그네에게도 팁에 얽힌 소소한 기억들이 있는데, 첫 해외여행지였던 홍콩의 호텔에서 겪었던 황당했던 흑역사가 그중 하나지요.
인터넷이 상용화가 되지 않았던 당시에는 해외여행, 특히 홍콩과 관련된 정보를 SNS등에서 검색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지인들에게 궁금 한걸 물어보고, 그 정보를 잘 간직하곤 했었는데, 호텔에서 지불해야 할 팁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등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났기에, 비록 첫 해외여행이었지만 별 두려움 없이 호텔(카이탁 공항에서 멀지 않은 구룡반도 침사추이에 있는 옴니홍콩호텔이라는 5성급 호텔로 기억됨)에 도착해서 택시에서 내리니, 친절한 벨보이가 택시 트렁크 속의 배낭을 짐수레에 싣고 프론데스크로 향했고, 나그네는 택시 트렁크 사용료를 포함한 택시요금을 지불하고, 택시비 영주증을 받은 후 도어맨이 열어주는 호텔문을 지나 프론데스크에서 체크인 수속을 마치고, 조식 뷔페권과 룸 카드를 받아 들고, 짐은 벨보이가 직접 가져다준다기에 서류 가방만 든 채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기분 좋게 호텔 룸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벨보이가 배낭을 수레에 싣고 들어왔지요.
벨보이에게 팁을 줘야 한다는 지인의 말을 상기하고, 홍콩 돈으로 5달러짜리 동전을 주면 좋아할 거란 충고도 되새기며, 4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벨보이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준비했던 홍콩돈 5달러를 호기 있게 내밀었지요.
그런데, 좋아하리라 기대했던 벨보이는 받아 든 동전을 다시 나그네의 손에 던지듯 건네주며 했던 뼈 때리는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귓전을 울립니다.
"Buy cookie for your kids"
당시 홍콩돈 1달러는 한화 150원 정도로 기억됩니다.
따라서, 홍콩돈 5달러는 한화로 750원 정도 되는 거였지요.
당시 침사추이에 있는 호텔에서 센트럴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 시 이용했던 스타페리라는 여객선의 편도 요금이 홍콩돈으로 1층은 1달러 50센트, 2층은 2달러 50센트로 기억되니, 5 달러는 그렇게 소액이라 생각지 않았는데, 아마도 그 당시의 홍콩이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높았으니, 한국에서 온 젊은 친구가 내민 홍콩돈 5달러가 벨보이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지 않았나 싶습니다.
황당하게 팁을 거부당한 나그네는, 그때를 기점으로 해외여행 시 호텔에서 벨보이의 짐 딜리버리 서비스를 단호하게 거절했고, 직접 옮기게 되었답니다.
물론, 룸을 청소해 주는 서비스는 거절할 수가 없으니, 팁을 침대 위에 두고 나오는 건 잊지 않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나 국내 여행지에서는 아직 까지 팁을 준 적은 없는 듯싶습니다.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팁이 공론화되는 분위기지만, 대다수 외국 관광객들이 팁문화가 없는 한국의 식당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하고, 우리나라 식품 위생법상 음식 가격표에는 최종 가격을 표시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하니, 적어도 식사 후 손님들에게 가격표에 적혀있는 음식가격 이외에 일정한 팁을 추가로 요구하는 행위는 경우에 따라서는 범법행위가 될 수도 있지 싶습니다.
팁은 서비스받은 사람의 느낌에 따라 아무런 강요 없이 자율적으로 우러나서 지불되어야지, 반드시 지불되어야 하는 부가가치세 같은 팁이 된다면 더 이상 팁이 아닌 물품대금이나 서비스 요금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추후 우리나라에서도 팁문화의 도입이 불가피해진다면, 추가로 반드시 지불해야 할 가격의 일부가 아닌, 소비자의 감성에 근간을 둔 비 정형화 된, 양질의 서비스에 대한 반대급부라는 본연의 의미를 담고 있는 팁 문화가 잘 정착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맞이 첫여행 에필로그 (終) (8) | 2023.09.03 |
---|---|
가을맞이 첫여행 에필로그 (始) (56) | 2023.09.03 |
나그네 해외여행 흑역사(1) (Any declare???) (60) | 2023.08.30 |
나그네의 여권 펼쳐보기(3) (해외여행 사전/사후 절차) (30) | 2023.08.29 |
나그네의 여권 펼쳐보기(2) (생애 첫 여권 탄생의 비화) (48) | 2023.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