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세미원에 서식하는 털부처꽃은 곤충들의 참 유토피아

Chipmunk1 2023. 7. 3. 04:44

2023. 07. 02.

습지나 강가에서 분홍색의 꽃이 마치 석가모니가 세상에 나오면서 외쳤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연상될 정도로 당당하게 눈에 튀는 꽃이 바로 부처꽃이요, 연꽃을 구하지 못해 연꽃대신 부처에게 받쳤다는 꽃이 바로 부처꽃인데, 문헌에 의하면 부처꽃은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서식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반면에, 줄기나 입에 잔털이 있어 매끈한 부처꽃과 구별하여 부르는 털부처꽃은 우리나라가  원산지라고 합니다.

세미원에도 수련이 서식하는 연못가에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마치 곤충들의 쉼터인양 벌과 잠자리와 나비가 한데 뒤섞여 허기진 배를 채우고 쉬어 가도록 풍성하게 꽃을 피우는 털부처꽃은 키가 150cm까지 자라는 늘씬하고 고운 색을 지닌 자비로운 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잠자리가 쉴 새 없이 날아와서 꽃잎인 듯한 붉은색의 뭔가를 입속에 넣었다 뱉는 모습을 쉼 없이 반복하며 가까이 다가가도 아랑곳 않고 여유롭게 앉아있는 모습에서 편안함이 전해옵니다.

나비 역시 꽃에서 허기를 채우면서 이 꽃 저 꽃 쉴 새 없이 옮겨 다니며 별다른 경계심도 없이 유유자적하는 모습에서 털부처꽃이 곤충들에게는 석가모니가 만들어준 유토피아가 아닌가 억지스러운 생각을 해봅니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사바세계 속에서 지나친 경쟁과 채워도 채워도 만족할 줄 모르는 물욕과 권력욕에 의해 날로 피폐해지고 곤궁한 삶을 살아내야 하는 대다수 중생들의 삶이 털부처꽃에서 편안해 보이는 곤충들의 일상처럼 무탈하고 유유자적한 삶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