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 02.
햇볕의 간섭 없이 사진을 선명하게 담아보려 흐린 날을 골라 달려간 두물머리의 연꽃단지는 적당한 습기를 머금은 채로 제법 연꽃의 개체가 일 주 전에 비해 늘어나서 풍성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풋풋한 연잎마저도 시원하게 연꽃을 품어주며 초여름 이른 아침 칠월의 첫 번째 일요일을 서서히 열어갑니다.
두물머리 위로 떠오르려던 태양은 짙은 안개에 갇혀 그저 하얀 도화지에 짙어지는 초록 연잎과 하나 둘 순백의 무리를 이루는 백련의 모습을 가득 담은 풍경화가 되었습니다.
연꽃단지 너머 두물머리 기슭에도 연잎이 넉넉하게 자리하고 백련이 툭툭 튀어나오는 풍경은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고 독백하는 나그네를 흡족하게 합니다.
연잎에 숨어서 활짝 핀 백련과 숨바꼭질 하며 하나 둘 찾아내어 조심스럽게 호흡에 흔들릴까 숨을 참고, 때로는 주저앉고, 때로는 엉거주춤 쪼그리고 앉아서 백련들과 눈맞춤하는 행복한 시간은 잠시 멈춰 서서 무아지경을 만듭니다.
단아한 꽃몽오리는 흩날리는 두물머리의 깨끗한 물알갱이들에 의해 한 겹 한 겹 두터운 꽃잎이 벗겨지면서 보드라운 속살을 들어내고, 성급하게 먼저 피었던 백련은 서서히 꽃잎을 하나 둘 연잎 위에 뉘이면서 청량한 자태의 연밥으로 돌아가 내년 여름을 기약합니다.
막 피기 시작한 백련도 천수를 다한 백련도 여전히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그 모습 그대로 나그네도 그러했으면 좋겠다고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점점 햇살이 번지고 있는 두물머리를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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