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6. 27.
관곡지는 예로부터 연을 재배해 온 곳으로 유명한데, 이는 조선 시대의 농학자로 널리 알려진 강희맹(1424~1483)이 세조 9년(진헌부사가 되어) 명나라에 다녀올 때 남경의 전당지라는 연못에서 전당연의 씨를 가지고 들어와 지금의 경기도 시흥시 하중동에서 연 재배를 시작하여 점차 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관곡지는 강희맹의 후손들에 의해 관리되어 온 사유지이지만, 일찍이 1986년에 지방문화재(향토유적 제8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데, 사유지인 만큼 주말에만 개방을 하기에 평일에는 낮은 담장 밖에서 바라다봐야 하지요.
사실 관곡지는 집안의 작은 연못이라 그리 많은 연꽃이 필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기에, 인근에 삼만여 평의 대단위 연꽃 단지를 조성하고 연꽃테마파크라 명명하여 매년 7월 중순이 지나면 연꽃축제가 성황리에 열린다고 합니다.
시기적으로 3주 정도 일찍 찾은 관곡지 연꽃테마파크에는 아직 연꽃이 만개하기에는 시기상조인 듯싶고, 개화 직전 풍성한 연잎 아래 노랑어리연이 아침 햇살에 반사되어, 새벽까지 바짝 웅크리고 있던 꽃잎을 활짝 열고 연꽃단지를 노랗게 물들입니다.
어느새 하루살이들이 꽃잎에 모여들어 노랑어리연을 못살게 굴지만, 싫은 내색 없이 하루살이들에게 안식처와 먹이를 제공하는 노랑어리연의 작지만 넉넉한 품이 크게 보입니다.
노랑어리연처럼 품어주고 나눠주는 넉넉한 세상에서 살고 싶은 작은 소망을 품고, 밤새 기승을 부리던 장마가 잠시 길을 잃은 사이 햇볕이 따가운 초여름 아침을 관곡지에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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