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처럼 연못 바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동그란 공기주머니에 의지해서 물에 떠있는 부레옥잠은 그래서 부평초(浮萍草) 혹은 부초라고도 부릅니다.
사전적 의미로 부평초는 "의지할 데가 없어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부레옥잠은 동그란 공기주머니에 의지해서 떠 있기에, 부평초라는 의미는 조금은 억울한 누명일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물고기의 부레처럼 생긴 공기주머니가 있다 하여 부레옥잠이라 붙여진 이름이 매우 적절해 보입니다.
부평초란 부정적인 이미지가 붙어버린 부레옥잠이 더 이상은 부평초니 부초니 하는 떠돌고 방황하는 듯한 부정적인 수생식물이 아닌, 공기주머니와 더불어 환한 바깥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의 꽃이 되기를, 우리네 인생도 방황하고 떠도는 부평초 같은 인생이 아닌, 고단한 세상살이에 의지할 수 있는 동그란 공기주머니가 떠 받들어주듯이 혼자가 아닌 서로 의지되는 친구와 이웃과 함께 하는 든든한 삶이 되기를 유월의 마지막 날 새벽에 불현듯 소망을 담아 읊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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