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5. 24.
안동시 예안면 인계리에는,
지금은 폐교된 인계중학교
(안동중학교 인계분교) 앞에
표지판도 없고, 도로변에는
주차되어 있는 차량 한 대 없이
적막강산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인기척조차 없는
텅 비어있는 산골마을 중심에
돌보는 손길도 없는 듯 보이는
비교적 너른 작약밭이 있습니다.
특별한 관심 없이 지나가면
도로아래 작약밭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찾기 힘든
곳에 있기에, 관할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인계중학교 앞
도로변에 주차하고 건너편
도로 아래로 내려가야 한단
정보를 얻은 후에 청량산이 있는
봉화로 넘어가기 직전의
쓸쓸하다 못해 황량해 보이는
산골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인기척은 없는데, 어디선가
스피커에서 흥겨운 노랫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집니다.
자그마한 교회가 있는
좁은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커다란 창고 뒤편에서 부터 시작된
작약밭에는 갓 피어난 작약들이
반갑게 맞아주었지만, 작약꽃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도 없고
선뜻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는 호젓한 분위기 속에서
한발 한발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
가까이서 작약들과 만났습니다.
순박한 작약은 공원과는 달리
돌봐주는 손길은 고사하고
여느 농작물처럼 이랑에는
검은색 비닐이 땅을 덮은 채
작약의 잎에는 농약 인듯한
하얀 가루들이 아침이슬에
조금씩 씻겨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양도 조금씩 다르고
색도 조금씩 다른 작약들이
환하게 웃고 있음에
열악한 환경의 작약밭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작약밭의 작약은
관상용이 아니라,
농가의 소득을 위해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마을의 작목반에서 조성한
여타 농작물과 다름없는
(특용)작물임을 깨닫고 나니
어디선가 멀리서 지켜보는 듯한
마을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집니다.
공원에 정성 들여 조성된
꽃밭의 작약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피어난
작약밭의 작약들은
화려함 보다는
순박함이 돋보였고
꾸며지지 않은 청초함에서
작약은 도심의 화려한 공원이 아닌
산골의 원초적인 자연 속에서
수줍게 피어나야 하는
소중한 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쪼록,
덜 자란 작약들이 쑥쑥 자라서
소박하고 청초한 꽃을 피워
산골마을에 꽃을 찾는 발길도 늘고
꽃이 지면 열매도 옹골지게 맺어서
산골마을 작목반에도 소득이 늘고
작약꽃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쉼터처럼 작약꽃과 함께하는
북적이는 산골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만 남겨놓고 떠나왔습니다.
'꽃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딸나무 꽃 위에 싱그러운 안개비 빗방울이 매달린 채 상큼하게 아침을 맞습니다 (6) | 2023.05.30 |
---|---|
이슬비 내리는 정갈한 새벽에 빨간 장미와 인동덩굴의 향기에 흠뻑 취해 봅니다 (8) | 2023.05.29 |
아침햇살과 더불어 금계국이 빚어낸,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황홀한 낙동강변의 아침풍경에 풍덩 빠져봅니다 (16) | 2023.05.23 |
안동의 작약(1) - 낙동강변 (16) | 2023.05.19 |
붉은병꽃나무가 있는 봄 (2) | 2023.05.16 |